3. 소라게

인간생활

by 한주백


“내 집 마련”

그게 뭔데

“자기 집 갖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사회로 뛰어든 인간에게 평생의 골칫거리 ‘의. 식. 주’

그중 가장 어려운 ‘주’.


집은 내게 상상 속 동물과 다름없다.


일찍이 경제적 독립을 하고 비교적 주변 또래에 비해 빨리 생계에 뛰어들었다. 각종 알바들로 밤낮없이 생활비를 벌면서, 역시 가장 힘들었던 건 월세였다. 컵라면 하나를 부셔 이틀의 끼니를 해결하며 나가는 돈을 줄이려 해도 매달 몇십만 원의 고정지출은 내게서 한겨울에 보일러마저 포기하게 하였다.


인간으로서 사회로 나와 자신의 지출 없는 집을 갖는 건 불가능이라 느낄 때 즈음 우연히 소라게를 보았다. 나도 없는 자가 소유의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며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부럽다.


태어날 때부터 월세 걱정 없는 삶은 인생의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짐을 덜어내고 살아가는 기분일까. 살다가 집이 작거나 질리면 새로운 집으로 이사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녀석의 삶은 인간인 나보다 모자랄 게 없는 듯한 삶을 사는 동물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실상은 내가 본 것만큼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거북과 다른 갑각류, 어패류는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등딱지나 두껍고 견고한 껍질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태어나게 진화하였지만 '집게', 소위 말하는 소라게는 태생적으로 약한 복부를 가지고 태어나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고둥을 살아가며 찾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집을 가지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다른 소라게와 싸우기도 하고 자신보다 큰 소라게가 이사를 위해 버린 집을 주워다가 입주하기도 한다. 심지어 소라가 없는 소라게도 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 집을 찾고 있는 소라게인 것이다.


어찌 보면 인간보다 더 처절할지 모르는 삶을 보며 나는 그 삶을 잠시 부러워했다. 지금 당장에 내가 체감하는 고통,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도 나의 가장 힘든 시기마저 부러워할 수 있다. 힘듬이라는 것은 상대적이고 스스로가 겪어 보기 전까지 그 통증을 가늠해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계속해서 집을 옮겨 다니는 소라게는 자가가 아니라 월세나 다름없지 않았을까.


인간이 집에 가지는 불안감보다 더욱 큰 불안감을 안고 살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집을 등에 이고 움직이는 게 아닐까 싶다.


어릴 적 꽤나 거창하게 꿈꿨던 미래의 집은 손끝은 커녕 이젠 시야에서도 보이지 않게 된 것 같다.

인테리어 디자인 계열에 잠시 머무르며 5~60평대의 아파트, 1~2억대의 인테리어 비용 등 아무렇지 않게 전문가로서 일적인 미팅을 하였는데, 이후 정작 나는 퇴근하면 1층의 6평짜리 원룸에서 벌레들과 공생의 삶을 한다는 게 스스로에게 모순적이라고 느꼈었다.


이제 내 꿈은 이쁘고 넓은 집이 아닌 그저 월세 아닌 집.





인간으로서 집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진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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