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흉

인간생활

by 한주백



가슴 깊숙이 박힌 가시가 너무 아프지만 빼낼 수 없었다. 빼고 나면 생기는 흉이 더 싫어서.


인간의 감정은 각기 다른 형태로 다양하게 발현된다.

그중에서 사랑이 남긴 통증, 이별 그 후 상처는 가장 쉽게 인간의 감정을 극으로 끌어올리는 것 중 하나이다.


이별을 대처하는 자세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그중 본인이 심리상담을 하면서 가장 가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이별한 사람들이 상처를 대하는 방법이다.

단순 이별뿐 아니라 모든 상처에 해당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가슴이 찢어질 정도의 상처를 받았다. 상대의 행동 혹은 말에 가슴에 가시가 깊이 박혀 버렸고 상대는 내 손을 떠났다. 미치도록 아프고 잠도 자기 힘들 정도로 심장이 견뎌내기가 버거웠다.


그런데 놓을 수 없었다.


그 가시, 나를 아프게 하는 상대의 흔적을 심장에서 빼버리면 그대로 구멍이 생겨 흉이 지는 게 더 싫었다.


너무나 아프고 죽도록 싫은 고통스러운 시간이겠지만 상대방을 완전히 지워내는 것이 더 싫은 것이고 다가올 공허함을 더 견딜 자신이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이 상처는 정말로 흉터로 남게 되는 것이니,


자기 자신을 흉이 저버린 인간으로 만드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저항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결함을 인정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설령 우울증을 앓아 자존감이 굉장히 낮아져 스스로에게 부정적이다 한들 내면의 진정한 자신의 결함은 무의식적으로 피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방어기제로 인한 현상이지만 충분히 그 마음은 이해가 된다. 털어내고 일어나라 말하고 싶어도 그 무게를 함부로 가늠할 수 없어 충분히 아파하길 기다리기도 한다.


본인 스스로가 후회하지 않는 사랑을 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할걸, 그렇게 말하지 말걸 이라는 후회들이 자신에게 자꾸만 돌아와 박힌 가시를 더욱 깊숙이 쑤셔 넣게 된다. 다른 선택지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되돌릴 수 없기에 아파한다. 후회를 하지 않을 매 선택의 순간에 자신의 최선을 선택했던 이, 혹은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다시 되돌려도 자신을 위해 선택을 바꾸지 않을 이는 이별 후에도 깊은 흉이 지지 않는다. 즉, 매 순간 후회할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만약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가슴 아파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미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충분히 죄책감을 지금의 통증으로 메꾸고 다음 인연 이전에 자신의 기존 주변인들부터 둘러보며 그간 자신의 과오가 없었는지 먼저 되돌아본 다음, 다음 인연을 만날 여유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과정이 없었던 사람의 대부분은 또다시 같은 이유로 이별을 겪게 되기도 하고 그 실수는 결국 자신의 언행 습관일 수도 있어 주변인과도 세월이 지날수록 멀어지는 경우를 허다하게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후회가 아닌 상대방의 일방적인 잘못 혹은 실수로 충격적인 상처를 받은 채 주저앉은 이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해하니 무조건적으로 딛고 일어나라고 할 수 없지만 가슴속 깊게 박힌 무언가를 빼내어야만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후 찾아올 외로움과 공허함을 두려워 말고 그 공허함이 찾아와야만 다시금 빈틈이 여유가 될 수 있다.


흉, 흉터는 나쁜 것이 아니다. 가슴속 박힌 가시로 인한 상처는 상대방을 놓아주며 그 가시를 빼내고 그 빈 공간은 외로움이 아닌 여유로, 그 후 그 자리엔 단단한 딱지가 생겨 얘기를 들어도 아무렇지 않아 지며 그 딱지가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엔 흉이 남아 언젠가 그 기억을 볼 수 있게 되며 그날들의 나를 추억할 수 있는 흔적이 된다.





인간으로서 사랑하며 상처를 입은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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