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이의 방류가 왜 이리 불안한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가 왜 이리 불안한가
현재 제주 앞바다에서는
지난 3일에 제주 앞바다 가두리로 옮겨진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 훈련이 한창이다
그런데 왜 이리 불안할까?
온갖 언론사가 인기 드라마 우영우를 끌어와 제목팔이를 하고 있지만
비봉이 방류는 그럴수록 더 불안하다.
방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사는 몇 되지 않는다.
처음 비봉이의 방류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대포랑 금등이처럼 되면 어떡해" 였다.
사람들은 2013년과 2015년에 방류되어 잘 살았던
제돌이와 함께 방사된 다섯 마리의 돌고래만 대부분 기억하지만
2017년에 방사된 대포와 금등이는 방류된 후 사라졌다.
앞서 방류된 다섯 돌고래와 달리
대포와 금등이는 나이가 많고 갇혀서 쇼를 했던 기간이 길었다.
대포 26살, 갇혀서 산 기간 20년
금등이 26살, 갇혀서 산 기간 19년이었다.
너무 오래 갇혀 있었고, 너무 나이가 많았다.
앞서 방사에 성공한 돌고래들은 대부분 갇혀 지낸 기간이 6년 이하다.
우려대로 대포와 금등이는 방류 후 사라졌다.
사체는 없지만 살아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비봉이도
갇혀 지낸 기간이 17년.
현재 23살이다. .
대포, 금등이와 바슷하다.
그리고 두세 마리씩 방사되던 과거와 달리
비봉이는 홀로 훈련하다가 홀로 방류된다.
비봉이 방류 과정은 너무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
누가 왜 등떠밀려 바다로 나가는 모양새를 만들고 있는가.
게다가 2015년에 방류된 태산이가 지난 5월에 죽었다고 며칠 전 알려졌다.
비봉이 방류를 앞두고 태산이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것인가 의심스럽다.
뭐든 큰 프로젝트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다.
일반인들은 방사되고 바다에서 사는 모습만 보지만
방사에는 많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가 있다.
당연히 제돌이 때도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더 좋지 않다.
방사 프로젝트의 한 축인
비봉이를 소유하고 있던 수족관 업체는
몇 달 전 비봉이를 비롯한 태지와 아랑이도 방류하겠다고 밝혔었다.
그야말로 별안간이었고, 그야말로 대책없음이었다.
미친 거 아냐? 라는 말이 그냥 튀어나왔다.
제주에서 잡힌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와 달리
태지와 아랑이는 일본 다이지가 고향인 큰돌고래이다.
그런데 제주도에 방류를 한다니.
어울리는 고래와 먹이 환경이 다른 제주도 바다에 큰돌고래를 방류해서 어쩌겠다는 말인가.
죽든지 살든지 나는 해방시켰다! 하고 싶은 건가.
돌고래를 위한 방류가 아니라
다른 사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결정이었다.
이 업체는 멸종위기종인 태지와 아랑이를 고래 무덤인 거제 씨월드로 옮기면서 환경청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현재 수족관 업체와 해양수산부, 시민단체,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그들 또한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 수족관에 갇혀 있는 것보다 바다가 낫겠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상사 그렇게 간단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특히 생명의 문제에.
나이 들고 바다가 낯선 비봉이에게 방류만이 능사일까.
야생보호구역을 만들면 어떨까 싶지만 그 비용을 누가 될 것인가.
현재 비봉이가 방류 실패했을 시에 재포획에 대한 비용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비봉이가 방류한 후 적응하지 못할 때 재포획할 전문가는 있을까?
방류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온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적응 훈련이라도 시간을 두고 제대로 하기를 바라지만
가두리에 오래 있을수록 그 또한 돈이겠지.
비봉이가 무사히 바다로 돌아가
남은 삶을 남방큰돌고래답게 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이런 순진한 생각이 현실에서는 동물의 생존을 위태롭게 한다. .
물론
그럼 너는 비봉이가 수족관에 있는 게 좋겠어?
라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비봉이를 위한 보호구역을 만들거나 좀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지금 우리 사회는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볼 의지도 능력도 없는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