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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공장 May 26. 2023

일본 편집자는 용산 참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일본 출판사에 우리 책을 수출하기 위해 가면서

<용산 개 방실이>에 관심을 보일 일본 편집자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14년 전의 일이고 국내 사건이니까.


그런데 한 편집자가 <용산 개 방실이> 책을 집으며 물었다.

"용산 사건 이야기인가요? 돌아가신 분의 개가 따라서 죽었다는 게 실화인가요?"


용산 참사를 기억하고 있다니 내가 더 놀랐다.

어떻게 아시냐 물었더니

당시 한국의 많은 작가들이 용산 참사 사건에 대해 작품을 쓰고 그려서 알고 있는데

방실이 이야기는 몰랐다고 했다.


복집을 운영하던 아빠 양희성 씨가 용산참사로 떠나고

아빠를 유난히 따랐던 반려견 방실이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현관 앞을 지키다가

아빠가 떠난 후 24일째 따라 떠났다.

병원에 데려가 살리려 애섰지만 끝내 떠났다.


용산은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기억되어야 하고,

오래 기억되려면 구체적으로, 생활 속 이야기로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방실이 이야기를 만화로 제작했다.

속에 담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게 남은 가족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용산 삼호복집은 고 양회성 씨 가족에게 행복의 공간이었다.

일하는 게 제일 즐겁다는 양회성 씨의 가게는

늘 손님들로 북적였고,

가게의 마스코트인 방실이는 손님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용산에는 우리처럼 개를 키우며 가족들과 행복을 나누던 평범한 이웃이 살았다고.

용산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책.


출간된 지 오래 지나 이제 책을 찾는 사람도

용산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바다 건너 일본의 편집자가 기억해줘서 미팅하다가 감정을 추스리느라 힘들었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지 14년.

평범한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죽고, 오히려 범죄자가 되고, 트라우마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은 지금도 계속된다.


사랑받고 사랑했던 방실이가 가족과 함께 했던 순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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