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한 지구를 탈출하는 마케터를 위한 안내서

8화.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 고객은 '맨틀'을 여행한다

by 김보영

8화.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 고객은 '맨틀'을 여행한다


지난주, 우리는 우주선(고객)을 브랜드의 표면인 '지각'에 안전하게 착륙시켰다. 호갱 취급 안 해요~라는 우리의 진심이 통했는지, 고객들이 드디어 경계심을 풀고 우주선 문을 열고 나왔다.


자, 이제부터가 진짜 게임 시작이다. 착륙했다고 바로 결제할까? 천만에. 고객은 이제 막 1층 로비에 들어왔을 뿐이다.


여기서 Sphere(구체)의 재미있는 물리 법칙이 발동한다. 고객이 표면 위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먹으면 먹을수록, 머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그 '정보의 무게'와 '중력' 때문에 지각 판이 서서히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고객은 자연스럽게 더 깊고 거대한 층, '맨틀(Mantle)'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지구과학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기억할 것이다. 지구 부피의 80%가 바로 이 맨틀이라는 사실을. 마케팅도 똑같다. 고객 여정의 8할은 결제창이 아니라, 이 거대하고 끈적한 탐색의 바다에서 이뤄진다.


이곳은 아주 묘한 공간이다. 차갑지도, 아주 뜨겁지도 않지만, 무언가 끈적끈적한 마그마가 흐르는 곳. 고객은 이곳에서 절대 호락호락하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대신 의심의 눈초리를 번뜩이며 탐험을 시작한다. B2C 고객은 유튜브 뒷광고 논란을 찾아보고, 맘카페 댓글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본다. B2B 고객은 이거 도입했다가 망하면 내 책임인데...라며 벌벌 떨면서 타사 도입 실패 사례를 뒤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민'의 시간, 전문 용어로 Messy Middle(대혼돈의 멀티버스)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여기다.


그런데 많은 마케터가 여기서 참을성을 잃는다. 아니, 상세 페이지도 봤고 장바구니도 담았는데 왜 안 사! 조급한 마음에 자꾸 채찍질을 한다. 지금 안 사면 품절!, 마감 임박!이라며 고객을 절벽 아래로 떠밀어버리려 한다.


제발 진정해라. 맨틀에서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점성(Viscosity)이다. 이곳은 미끄럼틀이 아니라 늪이어야 한다. (물론, 빠지면 기분 좋은 늪.)


고객을 빨리 통과시키는 게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맛있는 콘텐츠로 발목을 꽉 잡아서, 어? 좀 더 보고 갈까? 하고 주저앉게 만들어야 한다. 왜냐고? 이 끈적한 바다에서 우리 브랜드의 '뽕'에 충분히 취하고, '신뢰'라는 온도가 뜨끈하게 데워져야 비로소 그래, 여기다! 하고 후회 없는 선택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맨틀에 채워야 할 건 얄팍한 '할인 쿠폰'이 아니다. 고객의 의심을 녹여버릴 고밀도 콘텐츠다.


B2C라면: 우리 사장님이 미쳤어요 같은 싸구려 광고 말고, 찐팬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간증 후기나 투명한 제조 과정 영상.


B2B라면: 우리 기능 짱 말고, 실무자가 진짜 겪는 문제를 해결해 준 구체적인 성공 사례(Case Study)나 깊이 있는 백서(Whitepaper).


이런 묵직한 이야기들이 맨틀을 뜨겁게 데운다. 이 열기가 식지 않게 계속 휘저어주는 것(대류), 그게 바로 우리 마케터가 해야 할 진짜 불질이다.


여러분의 맨틀은 어떤가? 한번 들어오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개미지옥인가, 아니면 볼게 없어 3초 만에 탈출하고 싶은 텅 빈 복도인가? 이 뜨거운 바다에서 충분히 몸을 데운 고객은, 이제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중력에 이끌려 가장 깊은 곳으로 다이빙한다.


다음 주에는 브랜드와 고객이 하나가 되어 폭발하는 융합의 공간, 핵(Core)의 비밀을 파헤쳐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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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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