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기업 임원 인사철이다.
딱 일년 전 이맘때 나도 통보를 받고 나왔다.
그 이후의 파란만장함이란......
그 시간들의 사건도 다 풀어내기도 어렵지만,
그 감정의 색깔들을 더 표현하기 어렵다.
'서울자가의 대기업 김부장 이야기'라는 소설, 드라마가
그 다지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김부장이 정신과 상담받는 장면이 나온다.
직장생활동안 겹겹히 쌓여있던 불안했던 요소들이
상가분양이라는 마지막 도화선으로
공황장애가 폭발했다고.
우리는 어쩌면 계속 폭발할 재료들을 평생 안에 쌓아왔겠지.
돌이켜보면, 세밀한 케이스야 다르지만,
그 감정의 흐름들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 드라마를 보는 것이 무섭다.
주변에 그 드라마를 보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들도 많다.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이 다시 살아나니까.
나는 그래도 간헐적으로 넘겨가면서 봤다.
그나마 조금 시간이 지났다고 말이다.
그래도 한 회를 보고 나면,
다음 회는 도저히 볼 용기가 안 생긴다.
어제 코칭 교육프로그램에서 참여자들과
현재의 나의 모습과 미래의 나의 모습을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다.
내 앞에 대기업 임원으로 엊그제 해임 통보를 받은 분이
자신을 설명하다가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년 남정네의
그 침묵과 눈물이 반복되던 그 시간.
말을 잇지 못하던 그 순간.
그 긴 직장생활동안의 만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어찌 모르겠는가.
아는 걸 넘어서서 바로 일년 전 나의 모습과
동기화가 되면서 나도 찔찔 울었다.
나는 그에게 말해주었다.
"충분히 애도의 기간을 가지셔라.
괜히 괜찮은 척 하지 마시고,
그냥 서운한 거, 상처받은 거, 후회하는 거,
그냥 그런 감정들도 하나씩 조금씩
만나셔라.
그리고 천천히 받아들이셔라.
그렇게 이 기간을 보내고 나서
이전의 나도 떠나보내주시길. "
우리는 이전의 나를 놓아주어야 한다.
치열했지만, 돌이켜보면 후회스러운 많은 페이지들..
그러나 다시 돌아가도 우리는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자기 위안과 연민까지 모두 예쁘게 포장해서
잘 놓아주어야 한다.
지나 온 일년이 아득하다.
전시에는 아픔을 느끼지 못하다가
전쟁이 끝나면 그 통증이
생생히 살아나는 경험의 시간을 지나왔다.
그 시간을 지나서,
나는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
그래서 그 지나온 시간이 더 아련한가 보다.
잘 건너왔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우리 시대의
'김부장'들과 소주 한잔 먹으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