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by 강명신

'책임감이 있다'

학창시절 통지표에 늘 이런 멘트들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책임감으로 개근상을 받았고,

남들과 함께 하는 과제에서는 내 몫 이상으로 해내고,

결혼해서 아이를 기르고,

엄마, 아내, 며느리, 딸 역할을 어느 정도는 해냈다.

또 회사에서도 일에 대한 책임감, 사람에 대한 책임감,

회사에 대한 책임감을 해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다 이루었다.

정신이 든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할 일은 다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의 성취나 성공의 엔진이었다.


그런데 나이 60세가 다가오는 이 시점에 돌아보니

아직도 이 책임감에 눌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심지어 그 책임감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또 그 나의 책임감에 의존되어서 마땅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자기 역할을 나에게 미루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땅히 할 수 있는 의사결정이나, 실행을 하지 않고

나에게 의존하고, 미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에게 짜증이 나고, 미운 마음이 든다.

내 마음 속에서 그 사람이 미워지니, 나 혼자 선을 긋는다.

해주고 나서, 사람도 잃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의 책임감의 밑에 숨겨 놓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책임감 밑에는 그들의 능력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아니면, 느리거나 설득하는 시간이 들기 때문에

나는 효율성 차원에서 다 내가 의사결정하고 내가 실행해버렸던 건 아니었을까?

어느 때까지는 나의 책임감은 주변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의존되게 만들면서

그들이 제 역할을 하고, 스스로 찾아가는 것을 방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나의 책임감에 대한 의존이 아들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해서

이 관계에서만 유난히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예민하게 신경 쓴 덕분인지, 아들과 거리두기와 독립은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머지 관계에서는 나의 책임감을 과도하게 썼고,

쓰고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는 그 부작용을 느끼고 있다.


사회에서는 책임감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 책임감은 맥락에 맞아야 한다.

내려놓을 때,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하고,

미룰 수 있을 때는 미룰 수 있어야 한다.

어떨 때는 그게 그 사람을 믿는 것일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그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하는 용기일 수도 있다.

내려놓을 때를 아는 것도 쉽지 않지만,

진짜로 내려놓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그러나 나의 삶과 내면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가까운 사람들과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목표는 우리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우리 모두 누구때문에 사는 것이 아닌,

나 때문에 사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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