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를 하면서 만난 인간관계는
그 안에 있을 때는 퍽이나 복잡하다.
서로 밀고 끌어주는 관계도 있고,
또 건전하게 경쟁하는 사람,
진짜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호감이 가서 비즈니스를 넘어
개인적인 관계로 발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할 거라고 예상했던 건
그 비즈니스 관계를 벗어나는 순간
그 관계도 재구성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관계의 효용성이
수명을 다했으므로 관계도 단절된다.
임원재직시에는 그 많던 연락과 만남이
퇴임 후에 순식간에 단절이 되는 것은
완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어떤 선배는 퇴임 후 문자가 와서
반갑게 봤더니 대리운전 문자였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곤 했다.
그 정도로 그 비즈니스 판을 떠나고 나면
나는 그 관계에서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그건 충분히 예상 가능했고 정확히 맞았다
왜냐하면 나도 떠난 선배들에게 그랬을 테니까.
퇴임을 먼저 한 선배들이나 동기들을 보면
인간관계 정리 순서가 있다.
첫째는 퇴임을 하고 나면, 이전 직장 인간관계나
그동안 안 만났던 중고등 동창 등을
모두 만나서 그동안 인색했던 관계의
한풀이를 한번 한다.
두 번째는 그 만남 속에서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안 맞는다 싶으면 일단 정리를 한다.
세 번째는 핸드폰에 있는 그 수많은 연락처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러고 나면 관계라고 할만한 사람은
5명 미만, 아주 많아봐야 10명으로 줄어든다.
10명도 엄청 많은 숫자다.
이러고 보면, 그동안 매일 술 먹고 밥 먹고
경조사 찾아다니고 이랬던 그 시간들이
허무해질 지경이다.
관계는 유효기간이 있다.
식품처럼 신선했다가, 숙성되었다가,
시들 해지고, 버려야 하는..
물론 아주 소수는 썩지 않고
발효의 단계로 들어가서 더 숙성되기도 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몇 명이라도 가질 수 있는 건
나의 노력이라기보다는
그 행운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경험은
그 관계의 유효기간마저도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는 것.
내가 공을 들였고 애정했던 후배들이
그들에게는 그런 뜨거움이 아니었다는 것에
좀 씁쓸해하고 있는 그즈음에
대면대면한 관계였다고 기억하는 후배들 중에서
애정을 나타내주는 사람이 있다.
물론 그중에는 향후 비즈니스와 연관성 때문에
미래까지 바라보는 똑똑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더러 한 두 명은 아무런 이유가 없는 사람도 있다.
주변에 선후배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사랑한 사람과
나를 사랑한 사람이 달랐다는 걸
그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관계의 유효기간 마저 어긋나서 돌아간다.
각자의 시간대로.
여름, 가을이 다 지나가고 겨울이 오고 나니
이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다시 돌아가면 또 어쩌겠는가?
또 술 먹고 밥 먹고, 경조사 쫓아다니고
이뻐하고, 미워하고.......
그러면서 시간을 보낼터이지
또 다른 방법을 알겠는가.
지금 그 뜨거운 여름을 지내고 있는 분들이라면
비즈니스 안에서 만난 인간관계에
너무 치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즐기되, 너무 버겁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 비즈니스 판을 나오는 순간, 아무것도 아니다.
관계에 힘을 주지 않고,
가볍게 가볍게 마음가는 만큼만 하는 게 어떨까 싶다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나를 사랑해주고 있을 그 사람들도
한 번씩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하는 비즈니스 연예인 유전자를
가진 만인의 팬일지도 모르니까. ㅎ
인간관계는 시간과 함께 흐른다.
그것도 잘 흐른다.
내 노력과 의지와 상관없이.
그러니 내 옆에 있는 발효되어 갈 것 같은
몇 명의 인간관계를
조금 더 애정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