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문제 출발선에 대한 보고서 《몸이 기후다》
기온이 올라가고 해류가 바뀌고 빙하가 녹자 기상 이변이 속출하여 허리케인, 홍수, 토네이도, 가뭄이 발생한다. 이스트 강이 맨해튼을 삼키고 마드리드에서는 폭염으로 하루에 2백만 명이 사망하기도 한다. 영화 ‘지오스톰’에 나오는 미래 지구의 디스토피아 풍경이다.
영화의 이런 장면을 떠올린 것은 기후위기와 관련된 문제를 존재론적 인류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몸이 기후다》를 읽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전작 《한의원의 인류학》에서 의학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여러 가지 관점의 차이를 짚어보던 저자는 이 책에서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불편하게 하기, 어색하기 하기가 인류학의 개념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곧이어 기후와 관련하여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을 ‘불편하게’ 살펴보게 한다. 예를 들어, ‘환경’이라는 말에는 이미 경계와 분리라는 생각이 들어있다. ‘환경’이란 말은 인간을 중심으로 그 밖의 경계를 설정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인간과 환경, 인간과 자연을 분리해 놓음으로써 만들어진 생각과 행동이 지금의 기후위기까지 이어졌다.
기후 이상은 이제 모두가 생활에서 체험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봄이 봄답지 않고,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것을 느낀다. 먹고살기 위해 기를 쓰느라 기후 문제는 국가 기구나 지구차원에서 알아서 해결해 줄 것처럼 생각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는 커지기 시작한다.
에스노그래피는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인류학자가 생산하는 글쓰기의 한 장르라고 한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물처럼 자신이 쓴 책을 보내준 저자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읽었다. 열심히 읽으면서 책이 담고 있는 문제제기를 마음에 담아두려고 노력했다.
‘몸이 기후다’라는 제목은 ‘몸은 몸이고, 기후는 기후’라는 분절적 사유를 반대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류학을 읽다 보면 익숙하고 편안한 우리의 일상과 생활에 의문이 갖게 되고, 불편해지기도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다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게 보이지 않고 의문이 생긴다. 문제해결의 출발은 바로 그곳에서부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