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을까. 지난여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을 보고,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감탄하면서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는데, 이 시점에 그 책을 집어든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잘나서 대한민국 최고 자리에 올라간 것으로 착각한 남자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싹 없애버리고 독재자가 되고 싶었다. 박정희나 전두환처럼. 지난 계엄 자료를 찾아보고 읽어보면서 흉내내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그는 엄청난 사건을 성공시키기 위해 고려해야 할 많은 변수들까지 면밀히 살피고 분석할 능력이 없었다. 졸지에 “내란의 우두머리”가 되셨다.
어리석게도 그는 아직 희망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책의 제일 앞에 놓인 ‘머리말’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족집게처럼 작금의 사태를 예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중한 저자의 예상은 윤석열의 인격적 특성부터 인지능력, 사고방식, 정치환경, 저널리즘의 구조와 생리, 이재명의 지향, 조국의 목표, 정치의 속성과 인간의 본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요소를 검토한 가운데 얻은 결론이었다. 저자는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은 ‘정치적 사고’였으며, “야당을 상대로 정치적 내전을 벌이면서 탄핵의 파도가 일렁이는 민심의 바다를 항해할 것”이라고 적었다.
‘저열하다’ ‘비속하다’는 단어가 윤석열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가 2년 7개월 대통령 놀이를 하는 동안 한 일은 “정부 예비비를 끌어다 관저를 마련하고 집무실을 옮긴 것, 외교 예산을 대폭 늘려 화려한 정상외교를 하고 아내가 국빈 대접을 받으며 명품을 쇼핑하게 한 것, 자신이 수사해서 구속 기소하고 유죄 판결을 받게 했던 전직 대통령들과 고위 공직자들을 특별 사면한 것, 집권당 대표를 갈아치운 것” 등등과 자신과 마누라와 가족의 비리를 덮기 위해 권력을 마음껏 사용한 것뿐이다. 아아, 하나 더 있다. 매일 새벽까지 술판을 벌였다지.
계엄 소동이 벌어진 뒤 TV에서 생중계한 윤석열의 담화를 들으면서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저렇듯 수준 낮은 담화문을 어디서 다시 들을 수 있을까.
“지가 뭘 안다고… 무식한 오빠… 무식하면 원래 그렇다”는 윤석열 마누라 이야기는 옆에서 오래 지켜본 사람의 정확한 분석이었다. 추악하게 드러난 벌거벗은 임금님의 맨몸은 흉측하여 경멸하고만 싶어 진다. 대한민국의 수준을 저열하고 비속한 자신의 수준으로 끌어내린 무식한데 오만하기까지 한 그를 경멸하고만 싶어 진다.
“검찰을 시켜 정적에게 칼질하는 깡패”이자 “정치업자” 윤석열은 독재자가 되기를 꿈꾸었지만 독재자가 될 능력마저 모자랐다. “협치를 실행할 지적 능력과 정치적 역량도 없는” “정치 깡패” 윤석열의 12월의 반란은 덜떨어진 모습으로 우스꽝스런 블랙코미디처럼 막을 내렸다. 덜떨어진 자를 왕으로 내세우고 뒤에서 권력을 챙겨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는 역사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상한 나라의 연말연시가 지나가고 있다.
*글의 제목 ‘부족한 그대로 친구가 되어’는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에 나오는 ‘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