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불덩이 같은 절망 속에 뒹굴어본 사람은 안다. 여름이 이렇게 뜨거운 것도 잠시, 절망도 잠시, 노래도 잠시라는 것을.
아파트 뒤란에 이끼를 품고 서 있는 나무를 의지삼아 매미로 우화한 애벌레의 흔적. 매미 소리는 우렁차고, 이제 여름은 절정을 향해 간다. 껍데기를 벗어나 한 달간의 목숨을 받은 몸뚱이가 날개를 비벼서 암컷을 유혹하는 소리. 우는 매미는 수컷이다. 수컷 매미는 소리를 내기 위해 자기 몸의 반절 이상을 텅 비워놓는다.
한여름 숨 막힐 것 같은 열기와 뒤엉킨 그리움에는 설명될 수 없는 슬픔이 있다.
애벌레가 우화하면서 남긴 껍데기 속에서 매미의 과거는 과거로 살아있다. 지상에서 허락받은 시간이 한 달밖에 안 되는 매미는 우는 것일까. 매미가 운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생각일 뿐, 매미는 울지 않는다. 매미는 지금 살아 시간을 건너고 있을 뿐이다.
***
번데기도 점잔만 빼는 놈들은 찜통서 눈뜨는 거고, 하루라도 빨리 지 벽을 깨는 놈들만 나비가 되는 거야 _
〈폭삭 속았수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