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여 년 전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노래의 제목을 오늘 알게 되었다. 당시 문화일보 기자로 일하던 이프 멤버 유숙열 씨가 뒤풀이 자리에서 불렀던 노래다. 노래를 부른 사람도 멋있었고 부른 노래 역시 멋있었는데, 처음 듣는 노래였다. 노래 제목이 무척 궁금하였는데, 그날 술자리가 화끈해지면서 노래 부른 이에게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노래의 여운을 잊지 못하면서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한 7~8년 전이던가, 오랜만에 노래를 부른 주인공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세월이 내려앉은 얼굴에는 이제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면모 대신 ‘세월에 제대로 몸을 담궈 썩지 않고 삭은 곳에 우러난 기품’이 담겨 있었다.
그날 나는 30대 초반의 내 귀를 사로잡았던 그 노래에 대해 물었으나, 노래에 대한 기억이 구체적이지 않아 설명이 부족했던 탓인지 노래를 불렀던 이는 무슨 노래인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금강산으로 취재 갔던 시절 알게 된 북한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이란 매우 중독성 강한 노래를 불러주었다.
다시 노래에 대한 기억은 모호하지만 강렬하게 기억 저 편에 묻혀버렸다. 그런데 오늘 김민기 1주기를 추모하는 모임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바람아 쳐라 물결아 일어라 / 내 작은 조각배 띄워 볼란다’라는 구절을 보는 순간, 내가 그토록 애타게 알고 싶었던 노래의 제목을 알게 되었다. 김민기의 〈바다〉. 한 포크 가수가 김민기 1주기 추모 자리에서〈바다〉를 불렀다고 한다.
오랜 세월 궁금했던 노래가 김민기의 〈바다〉라는 것을 알게 된 날, 우연히도 한 언론 기사에서 25여 년 전 김민기의〈바다〉를 부른 사람이 쓴 글을 읽었는데, 그 글 가운데 노래와 얽힌 사연이 나왔다.
“밍기형(*김민기의 애칭)은 내 방에서 사흘 밤을 숨어 있었다. 그 사흘 동안에 나는 밍기형한테 ‘바다’라는 노래를 배웠다. 그리고 나중에 어떤 자리에서든 노래할 기회가 생기면 나는 작곡가한테 직접 배운 노래라고 자랑을 하며 ‘바다’를 부르곤 했다.”
그 노래가 그토록 나를 사로잡았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25여 년의 시간을 건너 노래 〈바다〉는 다시 나를 찾아왔다. 25여 년 만에 다시 듣는 김민기의 〈바다〉는 수사가 없고 꾸밈이 없다. 서른 초반의 나에게 김민기의 〈바다〉를 선물했던 이를 만난다면, 다시 한번 노래를 청하고 싶다. 그때는 김민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김민기가 없는 세상에서 그를 아는 이가 부르는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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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바다에 바람이 불면 / 저 멀리 한바다에 불빛 가물거린다 / 아무도 없어라 텅 빈 이 바닷가 / 물결은 사납게 출렁거리는데 / 바람아 쳐라 물결아 일어라 / 내 작은 조각배 띄워 볼란다
그 누가 탄 배일까 외로운 저 배 / 그 누굴 기다리는 여윈 손길인가 / 아무도 없어라 텅 빈 이 바닷가 / 불빛은 아련히 가물거리는데 / 바람아 쳐라 물결아 일어라 / 내 작은 조각배 띄워 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