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 그게 유정한기라

by 디디온



아우 보래이

사람 한평생

이러쿵 살아도

저러쿵 살아도

시큰둥하구나


누군

왜, 살아 사는 건가

그렁 저렁

그저 살믄

오늘 같이 기계(杞溪)장도 서고

허연 산뿌리 타고 내려와

아우님도 만나 잖는가베

앙 그런가 잉

이 사람아


누군

왜, 살아 사는 건가

그저 살믄

오늘 같은 날

지게 목발 받쳐 놓고

어슬어슬한 산비탈 바라보며

한잔 술로

소회도 풀잖는가

그게 다 기막히는 기라

다 그게 유정한 기라


* 박목월〈기계장날〉

작가의 이전글오다, 서럽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