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희망엔 차도가 있다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

by 디디온

예수가 이 시대 태어난다면 카메라를 들고 도야마현 강 건너편 낡은 연립주택에 사는 야마다를 찾아가지 않을까.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에서 야마다가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문득 그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예수는 십자가 대신 카메라를 메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것이다. 그의 카메라는 운이 없어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시선을 향할 것이다.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하여 엄마와 살다 다시 엄마에게 버림받고 교도소를 다녀온 야마다, 아들을 잃고 무일푼으로 남의 밥을 공짜로 먹는 데는 도가 튼 시마다, 남편이 죽고 혼자 딸을 키우고 있는 미나미의 이야기를 예수의 카메라는 좇을 것이다.


야마다가 한적한 시골 낡은 주택의 휑한 방에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곧이어 막 이사 온 옆집 목욕탕을 쓰겠다며 떼를 쓰는 시마다. 야마다는 매몰차게 시마다를 밀어내고 문을 걸어 잠근다. 넉살 좋은 시마다는 그래도 아랑곳 않고 자신을 쫓아낸 야마다에게 텃밭에서 따온 오이며 방울토마토를 건네며 그의 집을 들락거리다 급기야는 밥때가 되면 넙죽 찾아와 은근슬쩍 숟가락을 얹고 식구처럼 밥을 먹는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야마다는 조금씩 마음을 연다.


〈강변의 무코리타〉에는 죽음과 가난이 도처에 있지만 그것이 가난하고 위태롭게 사는 이들을 쓰러트리지는 못한다. “강은 태풍이 올 때마다 범람한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적잖게 찾아온다. 그런 것에 늘 위협받으며 위태로움을 느낀다”라고 전언하지만, 태풍 속에 지진과 어둠 속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행복이 있다. 작은 행복이 모여 죽음과 불행과 가난을 친구처럼 곁에 두고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은 이를 테면 텃밭에서 같이 야채를 따거나, 시시한 농담을 하며 밥을 먹거나, 폭풍우가 치는 밤의 두려움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그런 작은 행복과 연대가 있어 상처를 넘어 살아낼 수 있다.


삶에 의미를 잃어버리고 막장 같은 곳으로 들어온 야마다는 비로소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자신의 상처를 마주한다. 아버지의 유골을 부수며 미나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야마다. 고등학생인 자식에게 2만 엔을 던져 주고 너하고는 이걸로 끝이라며 떠난 엄마, 좋은 일이 있다기에 따라갔다 감옥에 갔는데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아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는 야마다의 눈물을 보며 미나미는 아무 말없이 야마다의 등을 두드려준다.


영화는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야마다 아버지의 장례를 도야마현 연립주택에서 만난 사람들과 치르는 것으로 끝난다. 장례는 마치 소풍 가는 것처럼 진행된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름으로써 야마다는 아버지를 진짜 떠나보낸다. 아버지의 ‘무코리타’가 있고, 야마다의 ‘무코리타’가 있다. 그 두 개의 무코리타는 한 번도 공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아버지니까.


영화에서 민달팽이가 여러 번 클로즈업된다. 아버지의 유품인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자 ‘생명의 전화’로 연결되고 괴로워하는 야마다의 눈에 비친 징그러운 민달팽이는 영화 후반부에서 그저 자연의 일부인 작은 생명처럼 보인다. 야마다가 절망에서 빠져나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민달팽이에 대한 시선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야마다에게 민달팽이는 자신을 떠나던 엄마의 화장처럼 번들거려서 싫은 존재, 부정적인 존재였다.


〈강변의 무코리타〉에는 죽음과 가난이 도처에 있지만, 도야마현의 강 건너편 낡은 연립주택사람들은 죽음과 가난에 쓸려가지 않는다. 무코리타가 계속 이어지고 가난한 연립주택 사람들은 서로가 작은 행복이 되어준다. 불행 속에서도 우리가 그 순간을 견디며 넘어갈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영화를 만든 이는 말한다. 제목의 ‘무코리타’는 불교의 시간 단위로 하루의 30분의 1, 48분을 의미하지만, 그것은 영화 제목을 위한 수사가 아닐까. ‘찰나’와 ‘겁’ 사이에 ‘세월’이 있다. 무코리타는 그 세월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나는 받아들였다.


‘강변’으로 번역한 ‘川っぺり’은 ‘강 건너편’을 의미한다. 2023년 개봉된 〈강변의 무코리타〉는 〈카모메 식당〉〈안경〉 등을 만든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이다. 삶의 속도전에서 비켜난 헐렁헐렁한 삶의 편안함을 보여주던 전작들보다 〈강변의 무코리타〉는 더 진하게 그리고 더 편안하게 삶을 이루는 진짜가 무엇인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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