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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온 Apr 12. 2023

세상에 지불하는 월세

고통 없는 삶은 없습니다. 정신과 의사 스캇 펙은 《아직도 가야 할 길 》에서 인생이 고통이란 사실을 인정하면 오히려 인생이 덜 고통스러워진다고 말했습니다. 오십 년 넘는 삶의 경력자로 수많은 고통을 통과해왔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요 근래 힘든 일들이 있어서 고통스러웠습니다. 고통 가운데 웅크리며 앉아 있으려니 ‘고통은 우리가 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지불해야 할 월세 같은 것’이라던 황지우 시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음, 그렇다면 요즈음의 나의 이 고통은 그동안 밀린 월세를 내는 셈이군요.     


마음 앞에서 자신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고백하자면, 그 어리석은 자가 바로 저였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제 스스로를 알게 되었다고, 나의 감정을 감지하게 되었고 감정으로 인해 생기는 상황들에 대한 대처능력이 생겼다고 조금 자신하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사랑 앞에서 힘자랑 하다가는 큰코 다치듯, 인생 앞에서 자신만만해하다가는 큰코 다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죽비로 크게 한 대 맞은 것 같습니다. 고통 앞에서 인간은 자신에 대한 통제능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자아는 내가 보듬어 안아주어야 할 나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고통 속에는 귀한 것이 있습니다. 즐겁고 기쁠 때는 모르고 지나쳤던 나의 마음의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알아차린다면 살아가는 동안 생기는 마음의 갈등들을 훨씬 더 현명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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