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사실 행복보다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서 쓰고 싶은 것들에 대해 노트에 적어두기도 했다. 그동안 작업을 하며 느낀 점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예를 들면 비움과 채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 어느정도 작업을 할 수 있는 강제적인 외부적인 환경에 나를 갖다두는 것에 대해, 다작을 하는 것과 집중하는 것에 등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어서 그런 이야기를 할까 했지만 어쩐지, 오늘은 나의 행복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요즘 말하자면 참 행복하다. 이번달 초에 다행히 일들이 좀 들어와줘서 몇개를 하고 나니 통장이 그리 힘들어지진 않았고 덕분에 남은 기간을 맘 편히 열심히 놀 수 있었다. 친구들도 만나고 중간중간 작업도 하고 전시도 보러가고. 하고 싶은 것들에 집중하며 하기 싫은 것을 멀리했다. 언제까지가 될 지는 모르지만 이런 삶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나 정말 행복하다라는 말들을 하게 된다.
지난번에는 나의 말하기와 쓰기, 그림그리기 등이 내가 원하는 것 만큼 깊지도 않고 참 얕다고 생각했다. 그저 보는 것을 그려내는 기본적인 단계에 속한다 생각했다. 좀 더 다른 사람들처럼 깊게 사고하고 싶었다. 그게 하루 아침에 될 일이 아니니 원하는 자아와 현재의 나 사이에서 부끄러워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고 비교를 하다가 숨고 싶을 때도 있었다. 요즘은 그런 나를 그래도 좀 받아들이게 되었다. 되고 싶은 나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좀 더 집중했더니 숨쉬는 것이 편해졌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데 걸리는 것이 없어졌다. 마음이 편안하다.
행복의 가장 큰 근원은 약간의 고정수입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 50만원이다. 이 돈은 공동 생활비에 들어가는 돈인데 주로 식비로 쓰인다. 가끔 필요한 가구나 큰 생활용품을 사야할 때는 돈이 좀 더 든다. 그것 말고도 이런저런 나가는 돈이 많아서 이번달은 작정하고 다이소에서 가계부도 구매했다. 가계부를 종이로 직접 써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전에 구글시트로 쓸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좀 더 리얼했다. 프리랜서다보니 수입이 일정한 달이 없어서 우선 돈을 아껴보자하고 시작했는데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 행복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