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색하지 않은 삶을 위하여...

책리뷰_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이기호

by besimple
이시봉.jpg


책 표지에 개가 그려져 있길래,

개가 등장하는 소설이라고만 생각했지

진짜 '개'책일 줄은 몰랐어요.

등장하는 '개' 이름이 '이시봉'이더라고요.


책은 이시봉의 에피소드로 시작합니다.


개 이시봉과 개집사 이시습이 사는 동네에

길고양이들을 잡아다가 죽이는 범죄자가 있어요.

새끼고양이도 개의치 않고,

고양이를 잡아다 케이블 타이로 목 매달....아서

꼭 무슨 전시하듯이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둡니다.

완전 미친놈이에요.


그래서 이 동네 사람들이 난리가 났어요.

누가 그 꼴을 보고 싶겠어요. 그래서

아파트 주민들, 경찰들 다들 그 미친놈을 잡으려 애를 쓰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고 고양이 학살은 계속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견주 이시습과 개 이시봉이 새벽 (음주)산책을 다녀오던 길에

갑자기 얌전하던 이시봉이 미친듯이 짖으면서 놀이터를 향해 뛰어갑니다.

거기에 멀리서도 분홍 젤리 발바닥 새끼고양이와

그 미친놈이 있었던거에요!


그 놈은 이미 케이블 타이를 정성스럽게도 묶어서

고양이에게 그 짓을 해놓았고,

고양이는 바닥에서 30센티 정도 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이시봉이 짖는 소리를 듣고는 냅다 도망을 가는데요

이시봉은 어떻게 했을까요?


보통 개는 도망가는 그 놈을 잡으려고 따라갈 것 같은데,

이시봉은 보통 개가 아니었어요.

이시봉은 아기고양이에게 달려가서는

단단한 뒷발로 번쩍 서서! 자기 코 위에 아기고양이를 얹어 놓습니다!


이 놀라운 광경을 아파트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던

견주의 지인은 이걸 찍어서 SNS에 올리게되고,

당연히 그 영상은 난리가 났고

그 영상으로 인해,

이 보통이 아닌 개 '이시봉'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들이 풀려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시봉의 집으로 찾아옵니다.

이시봉에게는 아주 귀한 혈통인 '비숑의 왕'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서요...



재미평점: ★★★★

주제의식: ★★★★


이 책은 일단 스토리 자체가 재밌습니다.

개나 고양이 집사들에게는 물론이고, 비숑의 집사라면 필독서가 되겠네요.

하지만 동물들의 비반려인이라고해도 즐겁게 읽으실 수 있어요.

왜냐면 궁극적으로 이 책은 모든 생명체는 서로를 반려하고 있다는 감각을 깨워주는 책이거든요.


모든 생명체는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유독 인간만 자신이 '홀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마 인간들만이 가진 어떤 능력을 잘못써온 댓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죽은 개를 땅에 묻고, 그를 기억하며, 묘비를 세워줄 수 있습니다.

인간은 개를 강제로 번식시키고, 팔고, 학대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천성이에요. 지구상에 서로를 사랑하고 돌보지 않는 생명체는 없습니다.

심지어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나무들조차도 서로 화학물질을 내뿜고 교환하면서 서로를 돌보죠. (*참고도서_수잔 시마드<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그런데 그런 생명체의 무리에서 인간은 떨어져나가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인간만이 가진 능력을 '홀로' 생존이 가능한 상태를 만들기에 쓰는데 집중하기 시작한거죠.

책에는 그러다 자신의 내면까지 속수무책으로 망가져버린 인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인색이란, 마음이나 생각이 오직 하나뿐인 것이었다. 종교인이 종교만 생각하고, 아이 엄마가 자기 아이만 생각하고, 고리대금업자가 이자만 생각하는 것. 그 외는 아무것도 쓸데 없다고 생각하는 것."


'인색하기'를 부추기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선택할 일은 다른 생명을 사랑할지 말지가 아니라, 인색해지지 말기로 하는 결심하는 일인것 같아요. '사랑'은 천성이고, '인색'은 학습된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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