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책만 좀 재미있게 읽으면 안 될까요?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내향형이라 그런 건지, 고집이 세서 그런 건지.
그런데 정말 ‘책’만큼은 요란하지 않게 읽고 싶다.
책을 읽고 꼭 글을 써야 하나?
책을 읽고 꼭 함께 대화를 나눠야 하나?
책을 읽고 꼭 작가 북토크에 가야 하나?
나는 다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책 읽기는,
몸은 따뜻한 이불 속에 두고
머릿속으로는 온갖 세상을 헤집고 다니는 일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감상평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장면 꼭 남겨야겠다!” 생각하며 기록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런데 유독 책을 읽을 때만은,
무언가를 남겨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있다.
물론, 가끔은 꼭 남기고 싶은 문장이 있다.
그럴 때 나는 타이핑으로 필사한다.
키보드를 또각또각 두드리며 생각한다.
작가도 이 문장을 쓸 때 이렇게 또각거렸겠지?
그렇게 상상하다 보면,
작가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오히려 작가와의 만남에 가서
실망하고 돌아온 적이 더 많았다.
역시 작가는 작품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하며,
조용히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요즘 나는 그게 조금 걱정된다.
책은 정말 재미있는데,
다른 부수적인 활동들 때문에
책이 점점 ‘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독서라는 취향이
점점 전시되는 걸 원치 않는다.
책을 읽으면 기록해야 하고,
그걸 나누며 ‘성찰’해야 하고,
생각의 차이를 확인해야만
의미 있는 독서가 되는 듯한 분위기.
책은 그런 게 아닌데…
그냥 즐기면 안 되나?
나처럼 조용히, 혼자 읽고 싶은 사람.
그냥 책 속 문장에만 몰입하고 싶은 사람.
저 같은 사람, 어디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