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어쩌라고요?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참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겪었다. (내가 임신을 했을 때는 임산부 좌석이 없었던 때이다). 임신을 한 채로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면 앉으라고 자리를 양보해주는 아주머니나 와이프의 임신과 출산을 겪은 듯한 남자분들도 계셨다.
다행히 직장에서도 좋은 분들을 만나서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고 배려해 주는 분들이 계셨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못 받고 아주머니와 타지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고 주말부부를 하는 사실을 딱하게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는 분들이 많았다. 나 때에는 아직 출산휴가를 충분히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출산 후 6주를 쉬고 바로 복직을 했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100일쯤에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고 힘들었는데, 나이드신 직장 상사분이 "힘들 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잘 버텨라. 우리가 어떻게든 같이 도와줄테니 부탁해라"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눈물이 핑 돈 적도 있었다.
타지에서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는 게 딱해 보였는지 어느 날인가 퇴근 후에 집에 와보니 집 앞에 전을 부쳐서 메모와 함께 놓아주신 앞집 어르신도 계셨다. 앞집 어르신은 그 이후에도 김밥, 반찬 등을 종종 가져다 주셨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과 배려를 받으면서 임신과 출산, 양육 기간을 보냈다.
반면 나를 잘 모르는 분 중에는 욕을 하는 분도 있었다. 숙식을 같이 하는 아주머니와 살면서 애를 키운다고 "공주님" 혹은 "부자집 따님"이라고 욕을 하기도 하고, 아주머니랑 아이와 함께 주말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는 "보모, 침모, 유모, 다 데리고 다니는 부자집 공주님"이라고 과장되게 욕하는 분도 있었다. 속으로는 "도와주지 못할 거면 욕이라도 말지, 그럼 어쩌라고요? 내 애를 봐줄 건가요?"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싸울 필요가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다행히 욕하고 못되게 구는 사람들보다는 배려해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살다보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다 좋아할 수도 없고, 좋아할 필요도 없다. 정신건강을 위해 나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잘라내고(물리적으로 잘라낼 수 없으면 머리와 마음으로),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는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잘 지내야 한다. 그러나 몸이 힘들 때는 마음도 힘들어지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도 예민해진다.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마음 조절을 잘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