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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롤모델은 어디 있을까?

후배 워킹맘들에게 하고 싶은 말

주변에 있는 젊은 여자 후배들로부터 내가 롤모델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일하는 분야는 (요즘에는 여자가 많이 늘었지만) 여자들의 수가 적은 편이고, 있다고 해도 결혼하지 않은 싱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처럼 결혼을 하고 애를 낳으면서 일을 하는 여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아이가 어려서 한참 힘든 시기에 있는 여자 후배들이 나를 롤모델로 삼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워킹맘으로서의 힘든 얘기도 하고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어려운 얘기들을 많이 나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주변에 롤모델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롤모델은 대단한 게 아니다. 나보다 앞서서 비슷한 길을 걸어간 사람, 그래서 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람, 힘들 때 얘기하면서 위로해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다. 내가 힘들때 도움받을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도움이 필요한 후배들에게 가능하면 시간내서 같이 얘기하고 위로하고 힘을 보태주려고 한다. 


주로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위로하지만 내가 주로 하는 얘기들이 있다. 첫째, 완벽주의를 버리라고. 90년대에 유행하던 "일곱가지 여성 컴플렉스"라는 책에서 슈퍼우먼 컴플렉스라는 것이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슈퍼우먼이 되고자 하는 마음, 그것을 버려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집안일도, 직장일도 100% 하지 못하는 것 같은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도 버려야 한다. 한 가지 일만 하면서도 100%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의 기대치를 낮추고 미안해하지 말고 당당하게 능력에서 할 수 있는만큼 하면 된다. 그래야 오래 버틴다. 


둘째, 남편을 집안일과 자녀양육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우리 세대는 여전히 남편은 "도와주는" 세대이고, 남편은 자신이 도와준 일에 대해서 인정받고 칭찬받기 원하는 세대이다. 만일 젋은 세대 남편 중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면 많은 대화와 시행착오를 거쳐서라도 남편을 끌어들여야 한다. 남편이 미숙해도 계속 가르쳐야 하고, 남편에게 잘 요구해야 한다. 결혼 전이나 출산 전에 서로 충분히 얘기를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이러지 못했고, 많은 부분 포기했다. 그러나 할 수 없이 포기하는 마음은 나중에 갈등을 낳게 되고 응어리를 만든다. 


셋째,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칭찬해 줘야 한다. 이기적일 수 있지만 내가 제일 중요하다. 내가 건강해야 자식도 남편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아끼고, 나를 칭찬해주고, 나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거창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내 마음상태가 어떤지 자주 들여다보고, 내 몸상태는 어떤지 자주 확인해야 한다. 힘들 때 스트레스 푸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혼자 산책을 하던지, 커피 한잔을 마시던지, 무엇이 되었던지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가능하면 주변에서 롤모델 혹은 선배 워킹맘을 찾아서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하고 공감하는 것도 필요하다. 누군가 나를 이해해주고 공감해 준다는 느낌이 참 중요하다. 나만 혼자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 이런 어려움은 나만 겪는 게 아니라는 위로. 요즘 젊은 워킹맘들은 이런 감정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서 어려운 시기들을 잘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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