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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자신이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모른다

머리로 이해하기와 마음으로 이해하기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정말 노력해서 머리로 이해를 한다고 해도 가슴에 절절히 와닿지 않는다. 나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에는 간혹 마주치는 워킹맘들이 집안이나 아이들 일로 허둥대거나 동동거리는 모습을 보면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개인적인 일로 일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었다. 


막상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일을 하다보니 세상의 모든 워킹맘들이 위대해 보였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던 받지 않던 어쨌든 이 많은 일들을 해내는 워킹맘들이 대단해 보였다. 아이가 갑자기 밤에 아프거나 어린이집에서 아프다고 전화올 때의 동동거림, 출퇴근 아줌마 퇴근시간에 맞추어야 하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늦을때의 불안함,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할 때의 안쓰러움...아이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직장일도 있고, 집안일도 있고, 시댁일과 경조사 등 끝도 없는 일들...모든 워킹맘은 위대하다.


더구나 나는 지방과 서울을 오가면서 아이를 키우고 일을 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드물어서 나의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도 딸이 고생하는 것이 안쓰럽지만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하셨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제사 때 연차를 내고 당일로 나만 서울에 다녀오기도 했는데, 이것 역시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인지 아무도 몰랐다. 


몇 년전 어느날 친한 선배 언니가 전화를 해왔다.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드물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둘이나 있는 선배 언니이다. 이 언니는 직장이 강북이고 집도 직장과 10분 거리에 살면서 친정 도움을 받으면서 아이 둘을 키웠다. 그러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강남으로 이사를 했는데, 강남에서 강북으로 매일 1시간 넘게 출퇴근을 하다보니 너무 힘들고 피곤했단다. 그러다가 불현듯 내 생각이 나면서 '나는 강남에서 강북으로 1시간 넘게 출근하는 것으로 힘들다고 하는데 얘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주말마다 다니고, 서울에 일 있으면 당일로 그렇게 다니니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내 생각을 해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처음에는 나의 어려움과 힘듦을 몰라주는 주변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억울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나보니, 사람들이 원래 그런 거였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고, 와닿지도 않는다. 그래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다독이고 도와주면 힘이 된다. 워킹맘끼리라도 서로 다독이면서 위해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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