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가르는 목소리, 하이타이의 여운

합성세제 그리고 우리의 소리

by 홍시

지금도 귓가에 쟁쟁한 음성이 한 가지 있다.

낭랑한 그녀의 목소리는 에코짱짱 했더랬다 , 왕왕왕왕왕~

천연미네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하여 몇 년을 공부하게 된 나는

어느 날 불현듯 그녀의 (누군지 모름) 음성이 귓전을 사정없이 때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지금 빨래할 때 LG생활건강의 뽑아 쓰는 세제 테크를 쓴다.
이유는 간편하다는 거 하나. 그리고 어디선가 보게 된 그 이상한 유튜브 B급광고에 반하기도 했고 말이다.

세탁기를 돌리며 어쩐지 찝찝한 마음에

실수요자들이 비싸요 비싸요 목소리높이는 그 미네랄단백질을 파바박 집어넣는 이유는 화학포비아에 걸린 때문이다.

그러면서 떠오른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

1980년대 초반, 삼성에 다니시던 삼촌께서 월급이 안 나온다고 하셨고(그런 때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삼촌이 총각이던 시절!)
월급대신 받은 세탁기를 우리 집으로 보내셨다.
그래서 세탁기를 갖추게 된 우리 집.

요 세탁기를 사용하려면
애벌빨래를 미리 해서 넣거나 가루비누를 넣어야 하는데
그 가루비누가 바로 하이타이 다.

하이타이 광고를 보고 있자면
그녀가 외쳤던 것 같다, "합성세제~제~제~제"

.

내 막내동생 이름은 샛별이다.

아직 이름 없던 아가를 안고 엄마는 TV아래 적힌 Goldstar를 읽으며 샛별이 좋겠다고 하셨지만, 사실은 내 동생을 갖게 된 엄마는 새벽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별을 보고 지은 이름이라고 하셨다. 이렇게 만장일치로 지어진 반짝이는 이름인데 난 계속 골드스타 만 기억이 났고...

러키금성의 합성세제 하이타이는 국민세제가 되었다.

그러나 그전에
하이타이를 사용하게끔 알리는데도 엄청난 계몽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합성세제의 유래를 찾다가 알게 되었다.

참...

.

어릴 적 개봉동에 잠시 살았는데 동네에는 개천이 있었고
빨간고무다라이를 기어이 끌고 내려가 뱃놀이(사람이 타면 가라앉는다. 수심 10cm쯤이든가..)를 할라치면
송사리가 요리조리 떼 지어 다니던 그 개천이 가끔 생각난다.


고3학력고사 마치고 (그때도 거의 40년 전) 찾아가 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상전벽해를 이루어내는 세상이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바라본
까매도 까매도 그렇게 까말 수 없는 개천들이
아마도 어릴 적 그 개천과 한 가지일 거라 깨달아지던 순간
엄청난 공포가 몰려왔었다.

게다가 하얀 거품들이 무리를 지어 둥실둥실

하늘에 뭉게구름 가듯 떠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경제성장과 맞바꾼 게 참으로 많은 것 같다.

엘지의 성장에는 하이타이가 큰일을 했고
나라의 성장에는 엘지 등등 대기업들이 큰일을 했고
지금은 합성세제를 마구 사용한 뒤끝을 보고 있구나 생각하니 씁쓸하기 그지없네..


옛날티브이를 찾아보며 추억에 젖는 재미는 그래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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