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을 배운 적 없는 세대

by 홍시


몇 해 전, 업무와 관련된 계기로
생각지도 못했던 대학, 학과에 편입을 했고,
그렇게 나는 만학도가 되었다.
어린 학생들 틈에서 ‘언니’가 아니라 ‘선생님’이라 불리며,
묘하게 잘 어울리는 어른 학생으로 졸업까지 해낸 나름 뿌듯한 경험.

하루는 만학도끼리 교수님 방에 들러 수다를 떨다
전 해에 들었던 수업 이야기가 나왔다.

“교수님, 저 정말 그 수업 첫날부터 충격이었어요!”

우리는 어릴 때 실과나 가정 같은 수업을 통해
단추 다는 법, 지퍼 다는 법, 걸레 만드는 법(!)까지 배웠다

초등학교 4학년, 실과 시간에 걸레를 만들었고 왁스를 발라 교실과 복도 바닥을 닦는 것으로 진정한 실과 수업을 시작했더랬지...

중학교 때는 점심시간 교무실로 불려 가 삐뚤빼뚤 선생님들께 과일을 깎아 드렸다. 껍질 두껍게 깎는다 타박을 받으면서도 내 모습을 귀여워해 주시는 선생님들의 관심이 나쁘지 않았다.
한복 입고 다도 예절, 양식 포크 나이프 쓰는 법 같은 것도 배웠다.

그땐 ‘도대체 이게 무슨 소용이람’ 싶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꽤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익혔던 셈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런 걸 아예 배운 적이 없다고 했다.
교수님도 놀라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

“요즘 아이들… 몰라요. 그냥, 배운 적이 없거든요.”

나 역시 집에서 딱히 가르친 기억도 없다.
그럴 땐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알려주면
"에이~ 꼭 그래야 해요?"
"싫은데요?"
"왜요, 법 있어요?"
라는 깐죽 멘트가 되돌아오기도 했으니까.

같이 있던 다른 만학도들도 갑자기 수다 대폭발.

– 어른께 차를 내오라고 했더니, 머그컵에 덜렁 담아서 척.
– 과일 깎을 줄 아는 애들이 없다더라. 안 해봤대.
– 함께 탄 차에서 뒷자리 ‘상석’에 척 앉는 사람도 있고.
– 카페 알바도 머그컵을 툭 던지듯 가져다주고.
– 자리 맥락은 안 보고 크롭티에 쪼리 신고 오기도 한다고…

“요즘 애들, 예의가 없어”가 아니라
그냥, 배운 적이 없는 거다.

공부는 잘하는데,
삶의 ‘잡다한 것들’을 경험할 기회는 없었던 세대.

어휴… 뭐가 맞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그날 수업 끝나고 나오는 길,
노을이 반갑게 나를 맞았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라도 다시 학교에 다녀보길 잘했구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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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유감 #만학도일기 #교양수업의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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