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국수와 16149보

도라지엿으로 끝난 하루

by 홍시

남편 쉬는 날.
함께 걷기로 한 약속은 오후로 미뤄졌고,
장소도 바뀌었다.

그래~
나들이 삼아 나가보는 거다.

세수 안 한 얼굴에 선크림만 바르고,
남편은 잠옷 티셔츠 바람으로…
팔당 초계국숫집 도착.

“여기가 이렇게 한가한 곳이었나…?
아니, 집에서 이렇게 가까웠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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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한 시간만 걷자 했는데,
이 양반 뭐에 씌웠는지 능내역까지 가잔다.

청춘 남녀들은 쌍쌍이 자전거 타고 휙휙.
자전거 못 타는 아내를 둔 우리 부부는,
그저 하염없이 걷는다.

보이지도 않는 하루살이 뭉치를 헤치며
푸른 하늘, 시원한 바람, 초록의 풍경 속에
향기 없는 아카시아꽃이 지천이다.
(이상하게… 진짜 향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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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산골 출신 남편은
거의 숲 해설가 모드.
“이건 무슨 나무고, 저건 뭐고…”
그땐 들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기억 안 남.

가는 길에 양봉장도 구경했다.
(진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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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으니 돌아와야지.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16,149보.

발가락 아프고, 고관절 아프고,
무엇보다 배가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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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계국수를 앞에 두고
입맛을 다시니 남편이 신기해한다.

“와, 이런 모습 처음 본다.”
누구랑 살고 계신 겁니까…?

국수 양은… 많아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배가 터지진 않았고,
후식으로 먹은 도라지엿까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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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또 한 번 느끼는 거지만—

#노는게_제일_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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