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우리, 모두들

0. 프롤로그

by 신예민

학창 시절 때부터 난 유독 나사가 빠진 것 같았다.

특이하게 수학을 좋아하였고 세상을 나의 감정대로 살고 싶어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소위 괴짜라고 일축할 수 있겠다.

물리학을 좋아해서 군대에서 스스로 양자역학을 공부하고 초끈이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전역 이후는 행복할 줄 알았지만 사회의 벽은 높았다.

부단히 준비한 학생과 나의 열정의 대결은 금방 승부가 났다.

몇 합 겨루지 못한 채 나는 내 현실을 받아들였다.


물리학의 꿈을 접고 의학도가 되고자 했다. 그러면서 더 진흙에 빠져갔다.

성적 좋은 의대생은 피부과, 정형외과, 성형외과를 간다. 그러면 우리가 지금 배운 다른 대다수의 지식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해마를 통하여 대뇌 안쪽 어딘가에 장기기억으로 아주 작은 지식의 일부는 남을지언정

우리 인간의 가소성과 전문성은 상호 대립적이기에 전문성이 뛰어날수록

우리가 스펀지처럼 받아들인 것들을 놓아야만 한다.


피부과, 정형외과, 성형외과는 고도로 전문화된 분야다. 더 정확히는 고도로 특정화된 마이너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메이저인 필수과는 우리가 배운 모든 지식을 총망라하여 환자를 보아야 하지만 앞에서 말한 과들은 마이너이기에 사실상 그럴 필요가 없다.


지금의 나는

앞으로 어딘가에서 아는 척 한 번을 위해 쓰일지 말지 모르는 지식 그 알량한 일부 때문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또 어떤 학생은 자신의 인생 동안 접점이 거의 없는 과목으로 유급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분명히 어딘가 잘못되었고 효율화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의 수동성에 의해서

그리고 마이너가 사실상 메이저가 된 작금의 상황을 보면

또 사람수에 따라 내는 목소리가 다른 다수결인 상황을 보면

암담하다.


누군가는 그 피해를 볼 것이고 그 피해를 서로가 나몰라라하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