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by 신예민

우리 학교에 있는 쉼터의 시간이다.

존재 이유 자체가 쉼터고 사실은 지금의 학생을 위해서 있는 수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학학강

가르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가르친다.

학생은 수업시간에 받은 가르침을 가지고 미래의 나를 가르친다. 과거의 나가 스승이요. 미래의 나가 제자다.

근데 이 수업에서만큼은 미래의 나를 찾아야 한다. 제자가 아닌 스승으로서의 미래의 나


수업 내용도 인문학적이고 그다음 주부터는 해부학 실습과 신경과학 실습이 포진되어 있기에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 또는 실습에서의 폐급탈출, 유급 타파 등등의 이유로 생의학적 모형에 집중한다.

결국 의과대학 수업 중 가장 딴짓해야 하는 수업으로 전락한다.


사실 이건 미래의 의사에게 더 도움 될 이야기고

교수님들이 자신의 인생을 성찰하고 반추하는 수업이다.

우리 같은 범생이들은 또 시험이 있고 숙제가 있어 그에 맞추어서 수동적으로 대응을 하지만

참뜻은 그 너머에 있다.


학생들, 특히 나 같은 범부에게는 수업 내용을 들어도 우이독경의 심정이고

시신기증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의 단어들의 조합과 앞으로 내 행동이 정말 일치할까는 아마 물음표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무뎌진다는 거다. 항상성의 원리에 따라 모든 게 균형을 이룬다.

그리고 무감각해진다. 그 감정을 전부 공허가 덧씌운다.




나는 신을 부정하기에 공허의 감정에 항상 굴복한다. 모든 것이 덧없고 덧없다.

사랑도. 그리고 그에 따른 후회도.

인류애를 가진 훌륭한 의사라는 것도 사실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도덕성의 평가 기준이 있나.

사람마다 상황마다 시대마다 훌륭한 의사는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최선을 다하고 내 진심을 다해도

현실은


내 예상과 달랐다.

그리고 항상 무의미한 엔트로피 증가하는 방향의

무질서쪽이었다.


시대를 앞서나가고 선도하고 혁신하는

그런 비전. 오늘의 수업.

참으로 꿈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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