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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린 Feb 13. 2023

베토벤과 가까워지는 90분

<클래식 디깅 클럽 - 베토벤>

디깅(Digging), 어떤 것을 깊숙이 판다는 뜻이다. 모르는 것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알고 있는 것을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쉽게 풀어 말하면 덕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베토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면 베토벤의 작품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클래식 디깅 클럽에서는 베토벤의 음악을 풍요할 수 이해할 수 있도록, 베토벤의 해설이 프로그램 중간에 반영되어 있다.




프로그램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악성 베토벤의 탄생’을 다루고 2부에서는 ‘모차르트를 디깅한 베토벤’을 이야기한다.


Theme 1 악성 베토벤의 탄생

Beethoven - Piano Sonata No.8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8번

Beethoven - Violin Sonata No.8 (mov.1)

베토벤 – 바이올린 소나타 8번 1악장


Theme2 모차르트를 디깅한 베토벤

Beethoven - 7 Variations from Mozart's Magic Flute

베토벤 -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테마에 의한 7가지 변주곡

Beethoven - Piano Quartet in C Major WoO 36 No. 3

베토벤 – 피아노 4중주 제 3번


1부에서 베토벤의 청력 장애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 남는다. 청력과 막대한 돈을 바꿀 수 있다면 바꿀 것인가, 라는 질문에 객석에서 선뜻 아니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아 곧 웃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김문경 해설가는 베토벤을 간접 체험하게 해주겠다며 피아노로 몇 가지 곡들을 연주하고 말하다 이내 피아노를 소리 없이 연주하는 시늉만을 내었다.


아, 그 순간 얼마나 답답하던지. 보이는 모습과 귀에 들리는 소음이 일치하지 않았을 때에 느껴지는 괴리가 상당했다. 특히나 음악가로서의 임종을 바라보는 베토벤의 마음이 짐작되기도 해 먹먹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평소에 아름답게만 들었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의 2악장이 구슬프게 들렸다. 청력 장애가 시작될 즈음 창작되었다는 작품에서 느껴지는 아련함이 자신의 음악가로서의 죽음을 바라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2부에서는 ‘모차르트를 디깅한’ 베토벤의 이야기를 디깅했다. 베토벤의 출생지역에 관한 이야기와, 베토벤과 모차르트는 가정사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기도 했으며, 베토벤이 모차르트에 영향을 받아 작곡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들. 1부에서 소나타 8번 다장조, 작품번호 13 ‘비창’의 3악장이 모차르트와 가깝다는 말이 잠깐 언급되었는데, 2부의 음악을 감상하며 그 말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공연의 마지막은 피아노 4중주 제 3번 다장조, 작품번호 36-3이 장식했다.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만들어내는 화음이 아름다웠는데, 특히나 프로그램 구성 중 가장 밝은 분위기를 보이기도 해 기분 좋게 공연 관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두운 공간 속 클래식 연주에만 오랜 시간 집중하다 보면 집중력이 흩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공연은 중간에 해설이 존재해 부담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나 음악과 작곡가를 이해하게 만드는 해설을 들으며, 연주를 더욱 집중해 들을 수 있었다.


90분이라는 시간 속 베토벤에 대한 연민과 경외심을 행복하게 발굴해냈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베토벤을 알아가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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