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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린 Nov 17. 2022

일상은 작품이다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 관람 후기

프랑코 폰타나는 이탈리아 사진작가로 1960년대 초반부터 컬러 필름으로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이번 전시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는 그의 한국 최초의 회고전으로,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프랑코 폰타나가 찍어 온 사진 122점을 감상하며 그의 작품 세계와 인생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자연, 도심, 인물, 도로를 피사체로 삼은 [랜드스케이프], [어반스케이프], [휴먼스케이프], [아스팔토] 네 가지의 섹션으로 구분된다. 각 세션을 소개하고 느낀 바를 소개하고자 한다.



랜드스케이프


양감을 최대한 배제한다. 지독히 평면적인 그림, 이 아니라 사진이 가득했다.


그가 담아낸 경이로운 풍경은 시크릿 가든이 아닌 그저 현실의 한 부분일 뿐이다. 왜곡 없이 눈 앞에 펼쳐진 현실 그대로를 담아내되, 무엇을 선택하고 제외할지, 그리고 어떤 대비와 관계를 보여줄지를 정하는 것만이 작용했을 뿐이다. 그 현실은 폰타나의 렌즈와 구도에 의해서 결정되고, 사진으로 찍힐 때 비로소 존재한다. (중략) 마치 사냥꾼처럼 순간적으로 이미지를 사냥하는 것이다.

자연을 담아 놓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연 풍경은 내가 아는 것과는 달리 자로 잰듯하다. 복잡한 요소를 최대한 제외하고 최소한의 것을 선택한다. 작품의 피사체가 된 바다의 수평선, 색색의 밭, 선명한 하늘과 땅의 경계는 평소에 알던 풍경은 아니라 어딘가 이질감이 들기도 한다. 


세상이 이렇게 생기기도 했구나, 라고 생각해본다. 한 장의 사진을 구현하기 위해 정확한 지점과 정확한 시간을 포착한 작가 프랑코 폰타나의 집념이 전달된다.




어반스케이프


가장 즐겁게 관람했던 공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어반스케이프는 도심 곳곳의 풍경을 담아낸다.


건물, 표면, 물체 및 색상 등이 모두 폰타나에게는 영감이 되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이미지가 아닌, 공간의 차원에서 접근한 표현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건물이나 물체의 전체 형태를 담기보다는 그것들이 겹쳐지는 특정 부분을 확대하여 그 안에 있는 공간, 부피 및 조형적 관계와 상호작용에 집중한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는 사실이 신기하다. 랜드스케이프가 정교하게 발견된 공간과 정확한 시간을 사진에 담아냈다면 어반스케이프는 작가의 구성력과 연출력이 돋보인다. 평면감이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요소를 찾는다. 색감이 조화되거나 대비되고, 선과 면이 가장 드러나는 구도를 찾아낸다. 


폰타나 작가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지 궁금해진다. 도심을 포착한 사진들을 보다보면 세계 이곳 저곳을 여행하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휴먼스케이프


인물을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도심, 공간, 자연 모두 드러난다.

표현의 방법적인 시도만 달라졌을 뿐이지,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을 조금 색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폰타나의 마법은 세 번째 섹션에서도 여전히 작동한다. 또한, 폰타나는 오랫동안 자신의 예술관을 설명하기 위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빛과 그림자, 그리고 실루엣을 통해 마침내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자 표현법을 찾아냈다. 


영화의 스틸컷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휴먼스케이프의 사진들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 중 <프레센자 아센자> 시리즈는 존재와 부재를 드러내는 방법을 택했다. 실제 인물은 부재하지만, 그림자의 존재는 사진 너머의 인물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곳의 작품들은 사진임에도 이야기가 멈추지 않고 흐른다는 느낌을 주었다. 꽤 오랜 시간을 한 작품 앞에서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휴먼스케이프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체력을 비축해 놓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아스팔토


아스팔트와 도로는 선형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공간 중 하나이다. 랜드스케이프에서 자연에서 확인할 수 있는 평면성을 확인했다면, 아스팔토에서는 인간이 만들어 낸 공간에서 선형이 극대화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찍는 각도 관점에 따라 추상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절묘하게 포착함으로써 평범한 도로 표면 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현실이 어떻게 회화적 요소로 변형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 당시 아스팔트와 고속도로는 새로운 풍경이었으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기에 이전의 전시보다 새로움은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의 요소를 피사체로 선정하는 폰타나 작가의 시선을 바라보다 보면 가장 일상의 요소를 낯설게 볼 수 있는 시야를 내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Photography has to show what you think, not what you see. 

사진은 당신이 보는 것이 아닌 당신이 생각하는 바를 보여주어야 한다.


프랑코 폰타나 사진전은 그의 시선을 통해 프랑코 폰타나라는 사람 자체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한국에서의 첫 회고전을 위해 제공되는 인터뷰 영상은 그의 작품세계와 그를 이해하는 방법이 되기도, '나'라는 사람을 찾아가는 중인 내게 위안이 되기도 했다. 


폰타나는 인터뷰에서 작품은 곧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작품을 본다는 건 그 사람의 시선을 통해 그 사람의 생각을 짐작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프랑코 폰타나는 세상의 회화적 요소를 포착함으로써 세상을 낯설게 보게 만든다. "일상은 작품이다." 프랑코 폰타나의 생각 중 하나이지 않을까. 난 이번 전시에서 이 생각을 배워가기로 한다.



#아트인사이트 #artinsight #문화는소통이다


https://www.art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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