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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린 Jul 10. 2023

기억하고 싶은 영화와 장면들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에피소드 2


작년에 진행되었던 맥스 달튼의 전시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이 연장되었다. 11월 26일까지 새롭게 추가된 컬렉션과 보다 풍성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은 이번에도 덕후들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맥스 달튼 전시를 보고 왔다. 아기자기한 맥스 달튼의 작품들과 63아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야경은 상당히 만족스러웠고, 재방문의 여지를 남겨 두었다. 공간에 새로운 작품들이 추가되고, 추가된 작품에 '오징어 게임' 신작이 포함되었다는 소식에 방문을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


7월, 아주 더운 여름날 방문한 63 빌딩의 맥스 달튼 전시는 여전히 즐거웠지만 겨울의 전시와 그 감상이 사뭇 다르기도 했다. 이번 리뷰는 새롭게 들어온 작품들을 위주로 리뷰해 볼 예정이다. 추가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후기를 남길 예정이다.



가장 귀여운 그림



맥스 달튼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귀여움과 아기자기함이다. 영화를 알면 아는대로 보이는 깨알같은 디테일 묘사가 상당히 재미있다. 지난 전시에서 가장 재미있게 봤던 작품 중 하나는 <A love story>이다. (참고로 현재도 전시 중이다.) 사랑 이야기의 커플들을 모아둔 작품이었는데, 이번에는 '절친'들을 모아 놓은 작품이 새롭게 보였다. <BFF> 풀어서, 'Best Friends Forever'라는 작품이었다.


영화 속 절친들이 나온다. 한 눈에 보기만 해도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해리, 론, 헤르미온느, 동명 영화의 주인공 '델마와 루이스', '토이스토리'의 우디와 버즈, '레옹'의 레옹과 마틸다, '스타트랙 시리즈'의 커크와 스팍까지. '캐스트 어웨이'의 척과 배구공 윌슨도 보인다.


아는 영화의 주인공을 발견하면 그 세세한 묘사에 재미있고, 모르는 영화의 주인공이 나오면 이 주인공이 어떤 영화에 등장했을지 궁금해 검색을 한다. 그렇게 보고 싶은 영화를 늘려 간다.



깜찍한 공포


익숙한 작품과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낯설어진 공간이 나온다. 지난번 발견하지 못했던 그림들이 나온다. 지난번 작품이 벌써 기억나지 않는 걸까 헷갈릴 때 즈음 벽의 색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다. 새로운 색상의 페인트로 (협찬사 노루페인트의 로고를 벽 중간중간에서 만날 수 있다.) 새로운 분위기를 주는 공간에 'SF'와 '공포' 분위기를 주는 작품들이 가득하다.


그 중 공포 장르에서도 역시 맥스 달튼의 '깜찍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각각 샤이닝과 식스센스의 한 장면을 담은 그림이다. 공포 영화의 핵심적인 장면을 시나리오 한 컷으로 그려냈다.


평소 무서운 것을 좋아하지 않아 공포 영화를 거의 보지 않음에도 해당 장면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공포 영화 계의 클래식 작품과 그 작품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장면이 작품을 즐기게 만들었다. 특히나 맥스 달튼의 귀여운 그림체가 공포를 미화시켰다.


공포물이 이렇게 깜직할 수가! 맥스 달튼의 깜찍하고 재미있는 표현력이 돋보였다.



한국 시리즈 작품 오징어 게임


이번 전시 중 가장 기대했던 점은 바로 맥스 달튼이 '오징어 게임'을 주제로 한 작품을 추가했다는 것이었다. 몇 번이고 복습했을 만큼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좋아하고, 지난번 맥스 달튼이 그려낸 봉준호 감독 시리즈가 상당히 재밌었기에 새로운 한국 시리즈가 가장 기대됐다.


이번 오징어 게임은 작가 맥스 달튼이 이번 전시를 위해 직접 제안한 작품이라고 한다. 오징어 게임을 보고 네덜란드 판화가 마우리츠 에셔를 떠올려 미로 같은 작품 구성을 오마주했다고 한다.


넷플릭스 유튜브 캡쳐


넷플릭스의 한 장면이다. 시작과 끝을 모르겠는 계단과 기하학적 요소는 마우리츠 에셔의 <상대성>을 떠올리게 한다.


마우리츠 에셔의 <상대성>에 오징어 게임 속 디테일을 추가해 다음의 그림이 탄생했다.

드라마를 알면 그림 속 요소들이 더 잘 보인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영희, 구슬 놀이를 하던 옛동네 세트, 모든 것을 구경하는 동물 가면의 VIP와 천장에 달린 456억. 프론트맨과 오일남 할아버지, 결선이 진행되는 오징어 게임까지.


스케치와 채색본, 딱 두 점의 그림이 있다는 사실은 아쉬웠으나 그럼에도 그 두 점의 작품이 인상깊었다. 그림을 보며 작품 속에 드라마의 시작과 끝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한 편의 그림에 드라마를 압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맥스 달튼의 능력에 감탄했다.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은 그런 전시이다. 한 편의 그림을 보며 다른 작품을 상상할 수 있는 전시. 두 명 이상의 상상력을 볼 수 있는 그런 전시. 맥스 달튼의 시선과 원작 제작자의 시선을 바라볼 수 있다. 그 시간을 오래 즐기면 된다.



새로운 화가의 작업실


지난 전시에서도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다. 'What if~'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한 맥스 달튼의 상상력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새로운 작품들이 추가되었다. '살바도르 달리', '키스 해링', '구스타프 클림프', '피에트 몬드리안'까지. 화가의 작품을 토대로 화가의 작업실을 구현한 맥스 달튼의 상상력이 돋보였다.

제법 조잡해 보이기까지 하는 키스 해링과 삭막한 몬드리안의 작업실이 대조된다. 그림 속 작업실의 주인공들이 살아 있어 작품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어 즐거웠다.




다채로운 상상력과 표현력을 가진 맥스 달튼의 전시는 그 자체로 즐겁다. 기억하고 싶은 영화와 장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시간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artinsight #문화는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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