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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린 Nov 21. 2022

내 연애 같은 남의 연애

환승연애 신드롬의 이유


요즘 방송계의 트렌드는 단연 연애 프로그램이다. OTT는 자체 제작 연애 프로그램을 앞세우고, 연예 뉴스와 SNS는 연애 프로그램 이야기로 가득하다. 콘텐츠 화제성 분석 전문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TV & OTT 통합 화제성 조사 비드라마 부문> 2022년 7월 4주차에 따르면 ‘환승연애2’가 1위를, ENA PLAY와 SBS Plus의 ‘나는 SOLO’가 3위를, 웨이브의 ‘남의연애’가 17위를 차지했다. 그 중 1위를 차지한 TVING 자체 제작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2.



화제성 1위 프로그램답게, 에디터의 주변은 환승연애2로 난리였다. 물론 에디터 본인도 포함해서다. 개성 있고 매력적인 출연자들이 환승연애2 신드롬에 한 몫을 했으나, 이 글에서는 프로그램 포맷과 특성에 초점을 두고 환승연애의 인기 요인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이번 글에는 시즌 2에 대한 스포가 담겨 있으니 미리 프로그램 시청을 완료하고 에디터와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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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TVING이 제공한 프로그램 소개에 따르면 <환승연애2>는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지나간 연애를 되짚고 새로운 인연을 마주하며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여느 연애 프로그램과 다를 것 없이 일정 기간(3주) 동안 새로운 사람들과 합숙을 하며 낮에는 데이트를 나가고, 밤에는 속마음 문자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다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 ‘전 연인’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전 연인과 마주치는 상황을 상상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길에서 잠깐 스치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3주 간 합숙하며 서로를 모르는 척 연기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은 환승연애와 타 프로그램과의 차이점을 만든다.


얽히고 설킨 관계에 의해 다양한 감정이 드러난다. 일반적인 연애 프로그램은 새로운 사랑을 기대하며 들어온 이들의 설렘이 방송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환승연애에서는 누군가는 전 애인과의 재회를 바라고, 누군가는 새로운 사람과의 새로운 사랑을 바란다. 이 과정에서 설렘 그 이상의 감정들이 쏟아진다. 누군가는 오랜만에 이 자리로 불러낸 전 애인에 대한 두근거림을, 또는 불편함을 느낀다. 누군가는 전 연인과 영영 이별할까 불안함을 드러내고, 자신을 외면하는 전 애인에게 야속함과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환승연애2를 뜨겁게 달구어 놓은 남희두와 이나연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세 번의 이별과 재회를 반복해 2년 7개월, 햇수로 4년을 연애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숙소에 입주한 나연은 자신의 전 연인 희두가 등장하자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전 연인 희두와 다른 여자 사이에서의 기류가 보이자 질투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며, 아직 희두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희두 또한 다른 출연진으로부터 설렘을 느끼기도, 다른 사람에게 설레는 나연을 보며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다양한 이유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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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깊이 또한 한층 깊다. 타 연애 프로그램에도 슬픔과 질투 등의 감정이 분명 드러난다. 하지만 한때 연인으로서 이미 모든 감정을 공유했던 이들의 감정은 새로이 감정을 쌓아가는 이들의 것보다 깊은 상태로 시작된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한 번의 결별과 재회를 포함해 총 6년 4개월의 연애를 한 정규민과 성해은. 자신의 전 연인에게 호감을 가지는 이들에게 해은은 익명 상태로 그들이 궁금해하는 바를 답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해은은 뻔히 다 보이는 거짓말과 영양가 없는 답변만을 건넨다.


규민에게 속마음 문자를 받은 적 없지만 매일 문자를 주고받는다고 답하고, 규민의 취향을 묻는 질문에 취향은 딱히 없고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형식적인 이야기를 내놓는다. 이후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해은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 알지라도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보이고 싶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은 제어되지 않고 표출된다. 하지만 사랑했던, 그리고 지금도 감정이 남아 있는 상대를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행동은 당사자 마음의 깊이만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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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 출연진은 과거를 돌아본다. 과거와 현재 모두가 담겨있기에 출연진들의 성장을 볼 수 있다는 점은 환승연애만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정현규와 박나언은 2018년 4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한 번의 결별과 재회를 겪으며 총 1년 2개월 간 연애했다. 방송에 나온 이들의 서사에 따르면 이들은 현규 본인의 기대에 못 미친 수능 점수와 상황 등으로 이별했다. 방송 내내 친한 친구처럼 지내던 현규와 나언은 최종선택 전 X데이트에서 둘 만의 시간을 가진다. 현규는 출연 전 인터뷰에서 나언에게 꼭 질문하고 싶었던, 응어리졌던 감정을 질문한다. 


“나 만난 거 후회해?” 


현규와 나언은 대화를 통해 그동안 알게 모르게 묵어 있던 감정을 해소한다. 그리고 그때의 우리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며, 서로를 응원하고, 그들이 선택한 새로운 사랑을 응원한다.



6년 이상의 장기연애를 한 해은은 계속 규민에 대한 미련을 떨어뜨리지 못한 듯 보였지만, 결국 최종 선택에서 현규를 택한다. 그때의 내가 규민을 정말 사랑했지만, 지금의 나를 행복하게 해줄 사람은 현규라는 걸 알았기에 과거와 다른 선택을 한다.



나연은 최종적으로 희두를 선택한다. 희두 또한 결국 나연을 선택한다. 둘은 서로 변화하며 이전과 다른 연애를 할 것을 이야기한다. 서로의 행동을 돌아보며 서로가 함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이야기한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하지만 그때의 나, 그때의 우리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른 선택을, 또는 그때와 다른 이유로 같은 선택을 한다.




환승연애는 우리 모두의 연애이기도 하다. 보통의 연애와 보통의 이별, 누군가를 좋아하고, 미워하고, 그리워하던 모든 감정이 묻어난다. 그리고 그때의 나 또는 그때의 우리, 그리고 지금의 너와 나를 마주한다. 내가 겪어온 일련의 순간들이 담겨있기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않았을까.


우리도 모두 누군가의 X였다. 


보통의 사랑과 이별을 거리낌없이 모두 보여준 출연진들을 따스히 바라봐주길 바라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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