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린 Nov 28. 2022

영원할 것처럼, 아름다움을 누리면 되기에

Liebestraum 사랑의 꿈


Liebestraum, 영어로는 Love dream.

한국어로는 사랑의 꿈으로 번역된다.


사랑에 대한 꿈.

그리고 꿈과 닮은 사랑.


꿈은 어떤 매개인가.

무의식과 현실을 연결해 주는 매개.

무의식이 발현되고, 현실의 감정이 극대화되는 공간.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채 나의 느낌에 의해 모든 것들이 구현되는 곳.


사랑은 꿈과 같다.

생각이 닿지 전 몸이 움찔거리고, 사소한 것에 큰 동요가 일게 만든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짧게 느껴지고, 상대방과 멀리 있더라도 마음의 거리는 가깝게 느껴지듯,

모든 것을 주관적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사랑의 꿈은 '사랑을 노래하는 꿈'을 표현하는 동시에 '꿈과 같은 사랑'을 표현한다.

그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3악장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3악장의 제목은

Oh Lieb, so lang du lieben kannst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음악이 시작되면 꿈이 이제 막 시작된 듯 부드럽고 몽환적이다.

포근함 속에서 꿈은 잔잔한 파도처럼 일렁인다.

이제 막 시작한 꿈은 달콤하다. 포근함과 달콤함에 젖어들고, 무언가 들뜨게 만든다.

기분 좋은 들뜸과 함께 더 깊은 꿈속으로 빠져든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막 시작한 사랑은 따스하고 포근하며 달콤하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을 간질이는 사랑에 속절없이 빠져버린다.




꿈은 더욱 깊어지고, 더욱 깊어진 꿈은 무의식을 비춘다.

잔잔했던 사랑의 형태는 격정적으로 변한다. 한껏 크고 빨라져 극과 극을 오가는 음계는 눌러왔던 욕망을 터뜨린다. 서로를 탐닉하는 듯한 격정적인 음악에는 한편으로 애절함이 담겨 있고, 끝없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 보이기도 한다.

꿈속에는 사랑하고 있는 두 사람만이 존재하고, 시간과 공간은 온전히 둘만을 위해 존재한다.



바로 이전까지 격정적이었던 음악은 미끄러지듯 올라갔다 내려가는 음계와 함께 잔잔해진다.

이곳은 꿈속. 시간도, 공간도, 감정도 이유와 근거 없이 구성되는 곳에서, 강렬함을 남긴 음악은 다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잔잔해진다. 그리고 가녀려진 선율은 다시 부드러운 사랑을 노래한다.

작품의 시작에서 꿈이 보여주는 잔잔한 파도 위에 떠 있었다면, 마지막에서는 내 것이 된 꿈속을 마구 유영한다. 사랑의 꿈에 빠진 이는 분홍빛 하늘에 빠져 팔을 느리게 휘저으며 내 것이 된 공간을 천천히, 내 마음대로 누린다.




꿈과 사랑 모두 유한성을 가지고 있다.

꿈은 깨어날 것을 전제하고, 사랑은 형태가 바뀐다.

하지만 꿈속에서, 사랑에 빠졌을 때, 꿈과 사랑은 영원하다. 깨어날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영원하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현재의 사랑에 충실히 몰입한다. 잠에든 이는 꿈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이 사랑의 꿈이 영원할 것처럼, 사랑의 꿈의 아름다움을 누리면 되기에.



#아트인사이트 #artinsight #문화는소통이다


Pc버전


모바일


작가의 이전글 그녀의 서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