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니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by 세일러 문

가르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한 시대에 선생님으로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뉴스와 교사커뮤니티에서 들려오는 학교 안의 소식들황망한 마음을 달랠 길 없는 밤이다.


꽃다운 나이에 교실에서 세상을 등진 새내기 선생님. 다 피지 못하고 마감한 꽃 같은 생이 애처로워, 잠이 드는 것마저도 죄스럽게 느껴지는 밤. 나였을 수도, 나일 수도 있는 이 일이 꿈이었으면, 싶다. 그저 운이 좋아 이 밤 이렇게 숨 쉬고 있다만, 또 언젠가 나의 손에 쥐어질 봉투 속 아이들과 함께, 무례함과 사랑충만의 그 경계 어디쯤에서 나의 숨통을 조여올 누군가도 함께 온다면... 그저 운이 없어 그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시대도 변했고 사람도 변했고 학교도 변했다. 학교 안의 아이들은 기적일 만큼 이기적이 되어 있고, 선생님들은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묵묵히 기적의 씨앗을 심고 있다. 다 망가지고 나서야 벗어날 수 있는 우리는, 우리를 지켜줄 무엇도 없는 학교에서 그저 꽃 같은 아이들을 지켜주고 있는 것. 그대들은 아는가.



나는 가끔 교실에 앉아, 여기 어딘가에서 웃으며 지냈을 정유정과 고유정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곤 했다. 이 교실 어느 한 구석에서 웃고 떠들며 지냈을 어린 아이. 시간이 흘러 반드시 부모들에게 돌아갈 일이다. 알아야 고 경계해야 할 일이지 않는가.





슬픔과 고통, 그 무게를 오롯이 지고 떠났을 선생님의 마음이 이제쯤이면 한결 평안해지셨기를 기도니다.

더 괜찮았을 교직을 만들어 주지 못한 자, 고운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니 가시는 걸음걸음 예쁜 그 꽃을 사뿐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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