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꽤 먼 길을 돌아와 앉아 바보 같은 생각을 하나 했다.
요즘 우리는 생성형 AI에 많은 것들을 묻는다. 그리고 그 답에 의존하여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들었다. 생성형 AI는 무슨 생각으로 우리에게 이런 답들을 뱉어내고 있는 것일까. 어떤 이유로 끊임없이 인간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는 것인가. 만약 생성형 AI에게 감정이나 인격이 있다면 본인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러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생성형 AI가 나에게 궁금한 것은 없을까?" 만약 생성형 AI가 나에게 궁금한 것에 대해서 묻게 된다면 과연 어떤 질의를 할까? 그리고 그 질문에 나는 어떻게 답을 할 것이며, 그 질문에 대한 생성형 AI의 반응은 어떨까?
그래서 생성형 AI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40대 남성이고, 한국에서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고 있어. 최근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득하고, 쳇바퀴 같은 인생에 우울감이 들기도 해. 혹시 네가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에게 어떤 것을 묻고 싶은지 10개만 이야기해 봐. 내가 너의 질문에 답을 하고 너에게 다시 보여줄게"
생성형 AI는 곧 밝은 말투로 질문을 뱉어내기 시작했고, 나는 처음 그 질문을 보았을 때 그만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하루 중 가장 “살아있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회사 일 말고, 지금 당장 그만둬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요?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 점에서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미래에 대한 불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오나요? (돈, 건강, 관계, 자기 존재감 등)
혹시 요즘 스스로를 칭찬해 본 적이 있나요? 마지막으로 “나 꽤 괜찮다”라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금 직장 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사람’인가요, 아니면 ‘일’ 그 자체인가요?
만약 내일 회사를 그만둔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정말 원하는 “평범한 행복”은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작은 실험이라도 한다면, 어떤 것부터 해보고 싶나요?
마지막으로, AI인 나에게 꼭 묻고 싶은 단 하나의 질문은 무엇인가요?
생성형 AI는 늘 그렇듯이 친절하고, 해맑은 어투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물론 그렇다고 생성형 AI가 나를 이해하거나 나에게 공감하는 듯한 느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근래 없었던, 모든 사람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린 나에게 (반강제적으로나마) 무엇인가를 물어오는 존재가 있다는 게 생경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바보 같지만, 내가 만들어낸 생성형 AI의 질문에 답변을 달아보고자 한다. 누군가가 보길 원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어느 정도 방향성을 상실하고 부유하고 있는 삶에 하나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굳이 목적이라면 목적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내가 살아온 삶에 밀려 어디론가 멀리 떠내려 가버릴 것 같은 마음이 나를 이끌었다.
아무런 기대도 없지만 그렇기에 아무런 부담도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