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질문에 답하다

Epilogue

by 바보 시몬

보도블록이 끝난 자리에는 거대한 대교로 이어지는 새로운 길이 이어져있다.


나는 터덜터덜 그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다. 해가 진 이후에도 불야성인 이 나라는 이 더운 날씨에도 야간 러닝을 하는 사람들과 한강 공원에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내가 몸을 뉘일 수 있는 집은 지금 내가 걷고 있는 방향과는 반대에 있다. 방향을 돌려 집으로 가려면 지금으로부터 30분 정도는 걸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공허한 마음에 집과 반대쪽으로, 마천루가 가득한 여의도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머릿속에는 딱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었다. 그저 내 인생은 어떻게 여기까지 나를 데려왔는가, 아니면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온 것인가 하는 고민만이 반복되었다.




집에 돌아간다고 한들 특별한 것은 없다.


아내의 오래된 빈자리는 그대로일 것이며, 전셋집의 낡은 가구와 집기들 역시 별 일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TV를 본다고 해도 같은 장면만 지루하게 반복되는 모습에 실소라도 하게 되면 자괴감은 심해질 게 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보다 나아질 게 없다. 그렇다면 지금 집에 돌아갈 이유도 딱히 없다.


나를 품어준 회사는 어떠한가? 회사와 나는 서로 활용하는 관계이지 동반자로 보기는 어렵다. 내가 없더라도 회사는 그저 회사일뿐이며 회사 내 구성원들은 각자의 기능을 하고 잠시 빈 기능은 이내 다른 훌륭한 사람으로 대체될 것이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여의도는 참 아름답다.


나도 이 아름다움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면 행복했을까? 아니, 일부가 될 수는 있었을까?




망상이 나를 집어삼키기 직전에 문득, 바보 같은 생각을 하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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