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사이에서 자란 아이

어른이 되어 돌아보다

by B 비

그냥 평범한 하루를 시작하던 중,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촌언니가 두 달 정도 일을 도와주러 집에 머무는데, 그 언니가 엄마에게 “이혼숙려캠프에 한번 출연해 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이 엄마의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우리 부부가 그렇게 심각해 보이냐"며 어이가 없다는 듯 나에게 하소연했다.


엄마가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조심스럽게 해드렸다.

“엄마아빠가 그 정도는 아니지. 사촌언니도 그냥 가볍게 한 말일 거야.”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는 몇 주 뒤 다시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사촌언니가 장난이 아니라 진지하게 말해서 더 화가 난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튀어나왔다.

“엄마… 사실 나도 그 프로그램 자주 보는데, 가끔은 거기에 내 모습도 보이고, 엄마아빠 모습도 보이긴 해. 엄마아빠 차만 타면 싸웠잖아. 대화도 서로 잘 안 되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엄마는 조용해졌다.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님은 정말 지독하게 싸웠다. 이유도 가물가물하지만, 돈 때문인지, 아빠의 외도 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삶이 버거워서였는지 언제나 싸웠다. 그리고 그 싸움 한가운데에 나를 앉혀놓고 “누가 잘못한 거 같냐”고 판결을 요구했다. 아직도 선명하다. 초등학교 3학년쯤 되었을 때,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둘 다 똑같으니까 싸우지….


스무 살 이후 부모님과 따로 살게 되면서 싸움을 직접 목격하는 일은 줄었지만, 가끔 시골집에 가보면 그때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제는 ‘누가 일을 더 많이 하나, 적게 하나’, ‘밥이 짜다, 맛이 없다’ 같은 사소한 것들이 싸움의 불씨가 되었다. 서로 배려가 없고, 대화는 공격이 되어 돌아오고, 각자 자기 이야기만 하는 부부. 그러니 어떻게 하루도 다투지 않고 지낼 수 있을까.


내가 고등학교 때, 엄마는 아빠와 몸싸움을 하다 겨울 빙판길에서 넘어져 다리가 부러졌고 철심을 박는 수술을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정말 이혼하고 싶은데 너희 때문에 못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느 날 나는 용기 내어 말했다.

“엄마, 그냥 이혼해.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아.”

그 말이 아빠에게 전해졌고, 아빠는 나를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자식”이라며 욕했다고 했다. 엄마도 내 이야기가 서운했다며 이야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때도 지금도 부모님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수십 년 동안 싸우고 다치고 서로를 상처냈으면서도, 그 힘듦을 고스란히 딸에게 털어놓으면서도, 막상 “그럼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라고 말하면 그말이 왜 그토록 서운하고 화가나는지….


아마도 추측하 건데 부모님에게 ‘이혼’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책임, 체면, 오래된 정, 그리고 포기할 수 없었던 어떤 미련까지 뒤섞인 복잡한 감정 덩어리였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상처뿐인 관계였지만, 그들 안에서는 그것조차도 꾸역꾸역 지켜야 하는 삶의 일부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싸움으로는 어떤 문제도 상처 없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정말 자식을 우선순위에 두었다면, 순간적인 기분이 태도가 되어 서로를 공격하는 일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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