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도 모이지 않는 가족

함께하지만 외로운 가족 여행

by B 비

부모님과 여행을 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예전에는 의무감에 눌려 힘들어도 나서곤 했지만, 이제는 “나는 왜 그래야 하지?”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어릴 때 우리는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부모님은 우리를 친척집에 맡겨둔 채 호주와 뉴질랜드를 다녀오셨고, 모임에서 부부동반으로 떠나는 여행은 자주 가셨지만 자식들과 함께 가족이 모두 함께 간 해외 여행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설날마다 자식들이 주도하는 가족 해외여행을 당연히 기대하신다. 문제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가면 평소보다 두 배로 피곤하고, 두 배로 돈이 들고, 무엇보다 내가 아끼던 휴가를 그렇게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세 번쯤 여행을 다녀왔지만, 돌아올 때마다 ‘즐거움’보다는 묘한 찜찜함과 피로함이 더 크게 남았다. 아빠 성격상 감사 표현, 칭찬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여행은 다 거기서 거기야. 너랑 안 가도 부부동반 모임에서 자주 다닌다”고 말했을 때, 그 말이 “이제 너랑 안 가도 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부담 갖지 말라”는 의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나름 정성을 들였는데 “그 정도는 누구나 다 한다”는 식으로 들려 마음 한구석이 싸하게 식어버렸다.


그 이후로 부모님과의 여행은 물론, 원가족들과의 여행 자체가 더 이상 즐겁지 않게 되었다. 특별한 의미도 느껴지지 않고, 다녀오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겹겹이 쌓여 돌아왔다. 나는 왜 이렇게 우리 가족 안에서 겉도는 느낌이 드는 걸까. 마음을 온전히 열어 이야기할 사람이 가족 중엔 없다. 누군가는 생각이 너무 다르고, 누군가는 내가 한 말을 나중에 무기처럼 사용한다. 그래서 부모님과 통화라도 하고 나면 따뜻함보다 씁쓸함과 우울함이 먼저 남는다.


그럴 때면 문득 이런 생각들이 든다.

“아, 괜히 전화했어. 그냥 조금만 참고 넘겼으면 이런 기분 안 들었을 텐데.”

“정말 다시는 전화하지 말자. 한 달에 한 번, 그냥 안부만 묻는 사이면 충분하다.”

그만큼 마음이 지치고,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평온을 지키는 일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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