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바다 , 우리의시작
얼마 잠들지 않은 것 같았는데 아침이 와 있었다.
그의 품에서 꽤 오랜 시간 잠이 든 것 같았는데,
뒤척이는 나 때문에 그도 깼다.
“잘 잤어?”
“응, 너도?”
“응. 간만에 푹 잤어.”
서둘러 준비를 하고, 콴과 로미를 만나 함께 길을 올랐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날씨가 좋았는데,
오늘은 비가 올 것 같은 흐린 하늘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김에 등대는 보고 가야지.
차 안에서 그는 내내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정말로, 일본인 남자친구가 생긴 걸까.
등대에 올랐을 때,
날은 흐렸지만 바다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예쁘다…”
“응, 너와 이곳에 올 수 있어서 좋아.”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흠뻑 젖었지만,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산중턱의 작은 카페로 들어가 따뜻한 핫초코를 마셨다.
“춥지 않아?”
“조금은… 근데 괜찮아. 견딜 만해.”
그는 다시 내 손을 잡아주었다.
콴이 말했다.
“이게 청춘이지.”
정말 그랬다.
어렸을 때부터 일만 해온 나에게,
비를 맞고, 이렇게 웃으며 쉬어가는 건 처음이었다.
비가 그치고 우리는 스시집에 들렀다.
“나중에 네가 일본에 오면, 좋은 스시집 소개해줄게.”
“응, 좋아. 나는 스시를 좋아하니까.”
배가 부르니 모두 졸음이 몰려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콴이 말했다.
“일어나! 무지개가 떴어.”
어느새 비는 그치고,
우리는 바닷가에 차를 세우고 내려섰다.
비 덕분인지 바다는 더 푸르고, 에메랄드빛으로 빛났다.
그와 함께 바다를 보며 말했다.
“이곳에 오길 잘한 것 같아. 바다 색이 정말 달라.”
그 순간, 콴과 로미가 웃으며 다가왔다.
“너희 신혼여행 온 것 같아. 사진 찍어줄게.”
찰칵.
사키가 갑자기 입을 맞췄다.
순간 놀란 나는 웃으며 말했다.
“뭐 하는 거야, 깜짝 놀랐잖아.”
그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신혼여행 사진은 이렇게 찍어야 하는 거 아니었어?”
결국 나도 웃고 말았다.
“그럼, 제대로 찍어야지.”
그렇게 우리의 시작은
호주의 이름 모를 어느 해변에서였다.
비를 맞아도 좋았고,
이곳이어서 더 좋았다.
청춘이란, 이런 게 아닐까.
잠시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