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예쁘네
오늘도 어김없이 바쁜 하루가 저물어 간다.
한국에서의 일도 쉽지 않았지만,
새로운 언어와 낯선 환경 속에서의 하루하루는 더욱 쉽지 않았다.
퇴근 무렵, 사키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사키 : 끝났어? 혼자 오기 힘들면 내가 데리러 갈까?
씨티에서 그를 만난다.
보고 싶었다며 꽉 안아주는 그의 품.
그 순간, 마음 깊이 든 생각.
아무것도 아닌일상에 특별함은 이런걸까
함께 장을 보고 그의 집으로 돌아와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했다
그는 일본 요리, 나는 한국 요리.
그가 음식을 맛을 봤을 보더니 말했다
사키 : 너무 맛있다. 역시 넌 뭐든 잘하네.
나 : 네 요리도 너무 맛있어.
식사가 끝나고 소파에 기대앉고
내 머리는 그의 무릎에 놓여 있고,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사키 : 하루종일 네가 보고 싶었어.
나 : 나도
사키 : 당신의 하루가 늘 궁금해 오늘 많은일이 있었어?
누군가가 내하루를 이렇게 궁금해해준적은 없었다
밥을 먹고 소파에 누워 함께 영화를 보다가 발코니로 나가 담배를 피우는데
그날 유난히 달이 밝고 예뻤다
그때 그가 말했다
사키 : ツキがきれいね. (츠키가 키레이네)
나 : 무슨 뜻이야?
사키 : 글쎄, 그건 네가 찾아봐.
나중에 알았다.
“달이 예쁘다”라는 말 속에는, “너를 좋아한다”는 고백이 숨어 있었다는 걸.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고백이였다
소파에 누워 다시 영화를 보는데 문득 궁금해졌다
나 : 그런데 일본에서는 뭐라고 말해? 생각해보니, 넌 아직 나한테 고백하지 않았는걸?
사키는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사키 : 뭐? 그게 고백이 아니면 뭐야.
나 : 정식으로 말하지 않았잖아. 그럼 나는 아직 네 여자친구가 아닌 거네?
사키는 어이가 없다는듯 웃더니
사키 : 당신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
나 : 그래서 나를 더 좋아하는거잖아
사키 : 그래맞아 인정 하기 싫지만 인정할께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시간.
그가 갑자기 조용히 말한다.
사키 : 付き合ってください. (츠키앗테 쿠다사이)
“저와 사귀어 주세요.”
순간 심장이 뛰었다.
나 : はい… (하이)
가벼운 듯 대답했지만,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도 자기가 한 말에 부끄러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너무 장난스럽지도 너무 진지하지도 않은 수줍은 고백은 우리의 나이와 그날 달이 유독 예뻤던 밤과
잘어울렸다
그렇게 나는 그의 정식 여자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