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디선가 다시만나17

나는 아직도 그날의 자카란다를 기억한다

by Mimi


아침 햇살이 창가를 가득 채운 날, 오늘도 브리즈번의 하늘은 어김없이 맑았다.

그가 떠나기 전까지 잠시 그의 집에서 함께 지내기로 한 우리는 따뜻한 빛 속에서 눈을 떴다.


“맙소사, 지각이야. 일어나야 해.”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어젯밤 늦게까지 웃고 떠들었던 탓인지 눈은 쉽게 떠지지 않았다.

“조금만 더 잘래.”

그는 알람을 끄고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조금 더 자자.”


다시 눈을 떴을 땐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뒤척이는 내 소리에 그도 함께 깨어 다정하게 물었다.

“일어났어?”

시계를 확인한 우리는 동시에 깜짝 놀랐다. 오늘은 학교에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브런치 카페에 가자고 그는 제안했다.


대충 준비를 마치고 모자를 눌러쓴 채 카페로 향했다.

그곳은 통창 너머로 교회가 보이고,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예쁘게 꾸며진 공간이었다.

창밖 풍경을 바라보던 중 음식이 나오자, 그는 갑자기 카메라를 꺼냈다.

“나, 화장도 안 했는데…”

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귀여워.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을 남기고 싶어.”


떡볶이를 먹으며 매워서 연신 물을 찾는 그의 모습은 사랑스럽기만 했다.

맛있는 음식, 예쁜 풍경,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 모든 것이 행복했다.


식사를 마친 뒤, 문득 호주의 봄을 수놓는 보라빛 자카란다가 떠올랐다.

“일본에선 언젠가 벚꽃을 함께 보고 싶어. 불꽃놀이도 보고 싶고…”

내 말에 그는 핸드폰을 검색하더니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자카란다가 벌써 피었대. 전에 네가 말한 그 공원에 가자.”


그렇게 함께 향한 공원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입구를 지나자 눈부시게 피어난 자카란다가 가득 펼쳐졌다.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그를 불렀다.

“사키, 이리 와! 정말 예쁘다!”

그는 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말했다.

“네가 이렇게 좋아하니 다행이야.”


우리는 자카란다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았다.

나는 그의 무릎에 누워 있었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날씨도, 풍경도, 함께 있는 그도.

그는 내 모자 위에 꽃잎 하나를 올리고 사진을 찍으며 속삭였다.

“여긴 정말 예쁘다.”


봄이 오고, 자카란다가 다시 피는 계절이 오면

나는 여전히 그날을 떠올린다.

브리즈번의 햇살, 보랏빛 꽃길, 그리고 함께였기에 더 행복했던 그 순간을

나는 아직도 그날의 자카란다를 우리를 기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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