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딘가에서 다시만나 18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by Mimi

하루 일과를 마치고 사키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문득 나는 말했다.


“언젠간 영어를 많이 배우면, 일본어도 배우고 싶어.”


사키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왜?”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너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까.”


그러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나도 영어 공부가 어느 정도 끝나면 한국어를 배워볼게.

네가 자라고 살아온 곳이 궁금하니까, 언젠가는 한국에도 가보고 싶어.”


그 말에 나는 덧붙였다.

“나도 일본에 가고 싶어. 하나비도 보고, 기모노도 입어보고 싶어.”


사키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기모노 입은 너, 분명 귀여울 거야.”


그날 저녁, 사키는 평소처럼 능숙하게 요리를 했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스테이크, 그리고 파스타.

후라이팬을 다루는 그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식탁에 앉아 기다리며 나는 작은 노트에 일본어를 적었다.

“お名前はなんですか?(이름이 무엇입니까?)”


혼잣말처럼 몇 번이고 중얼거렸을 때,

갑자기 고개를 내민 사키가 대답했다.


“さとうさきです.”


그 순간, 웃음과 놀람이 동시에 밀려왔고,

그 덕분인지 그 문장은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았다.


“한국어로는 어떻게 말해?”

사키의 질문에 나는 말했다.

“이름이 뭐에요?”


그가 어눌한 발음으로 따라 하며 웃었다.

“이르미 뭐우에요오?”


우린 그렇게 사소한 대화를 나누며,

솔솔 풍겨오는 음식 냄새와 함께 여유로운 저녁을 맞았다.

행복은 어쩌면, 멀리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밥을 다 먹고 난 뒤, 그는 내 머리끈을 만지작거리더니

두 번 꼬아 작은 반지를 만들어주었다.


“이건 까르띠에야. 언젠가 이렇게 끼워줄게.”

장난스럽게 웃는 그의 얼굴에, 나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날의 마무리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이었다.

화면 속 세계에 빠져들며,

나는 깨달았다.


그와 함께하는 모든 일상이,

결코 심심할 틈이 없는 모험 같다는 것을.


그렇게, 하루가 또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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