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 19

너와 바닷가 , 그리고 윤슬

by Mimi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와 함께한 매일은, 그저 매일이 행복이었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내 옆에 있는 그 사람.

아기처럼 잠든 그의 얼굴을 볼 때면, 이유도 없이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문득 생각했다.

이렇게 매일을 함께하다가, 언젠가 그가 없는 이곳에서의 삶은 괜찮을까.

그럼에도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싶었다.

흐르는 슬픔을 애써 눌러 담으며,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너와 이곳에서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어. 이번 주엔 고래를 보러 가자!”



기대하던 날,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골드코스트로 향했다.

휴양지답게 바다는 눈부셨고, 봄 햇살은 따스하게 쏟아졌다.


배에 올라타 바다 위를 달리던 순간,

시원한 바람과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난간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나를,

그가 뒤에서 꼭 안아주며 말했다.


“너와 함께라서 행복해.”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서로를 전혀 몰랐던 우리가 이렇게 바다 한가운데 함께 서 있다는 게 그저 신기했다.


잠시 뒤, 거대한 고래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연신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신혼여행 사진 같아.”

장난스레 웃던 그의 말에 나도 따라 웃었다.

하지만 사실 그날, 내 마음에 가장 깊이 남은 건 고래가 아니라

그와 함께 맞이한 빛나는 바다의 윤슬이었다.


배에서 내려 바닷가 앞 파스타집에 앉아,

따스한 햇살 속에서 함께한 식사마저도 행복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바다를 걸으며 모래사장 위에 이름을 나란히 새겼다.

그가 한국어로 내 이름을 쓰던 순간,

나는 그 장면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지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며.


노을이 물든 바다와, 밤하늘로 번지던 파도 소리.

그의 어깨에 기대 있던 나는 그저 청춘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알았다.


그 순간,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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