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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세월

by 이강석

숙면을 하고 세시에 기상하여 명상과 상념에 잠겨보는 바입니다. 이른 시각에는 나무조차 바람을 피하여 휴식하고 있습니다. 어둠속에 숨겨진 시간의 틈새로 나뭇가지가 손짓을 하는 이른 새벽의 시간의 흐름은 낮보다 느리고 저녁보다 더 느립니다. 하지만 이내 먼동이 트는 시각부터 갑자기 빨라진 시간의 속도는 출근시간 7시를 전후해서는 가속도가 붙어서 달려나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느끼는 시간의 차이를 알고 있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무인도의 시간은 느린데 통근버스를 타야하는 아침 6시부터 7시까지의 준비시간은 뭐 한 일도 없는데 30분이 지나고 20분이 흘러갑니다. 싸우나탕 모래시계는 느리고 전철역과 버스터미널의 초침은 평소의 배속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시간에 밀려다니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벽 3시에 기상하면 일단 주변이 잠잠하고 도무지 도대체 시간이 흐르지 않고 정체된 느낌을 받습니다. 시간이 건물과 가로수 사이에 끼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상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틈새를 비집고 다른 시간이 들어와서 이미 달려와있던 시간과 합류하여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을 봅니다.


여명입니다. 새벽의 동이 트는 시각에는 밀려있던 정체의 시간들이 일시에 풀려나가면서 러시아워의 반대로 시간은 발빠르게 흘러갑니다. 그러니까 러시아워 시간에 차량은 막히는데 시간은 그 틈새로 달려나간다는 말입니다. 정말로 바쁠때 시간은 빠르고 여유로울때 시간은 여유가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삶의 시간은 다양한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생활속에 스며들곤 합니다.


시간은 시간스럽게 흘러가고 세월은 세월처럼 지나가더니 어느새 2023년이 되고 늘 고대하는 2058년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태어나서 100년되는 해를 패스워드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9988, 99세까지 88하게 산다는 의미로 태어난 해에 100을 더해서 자신의 패스워드로 쓰는 것을 말합니다. 2058년은 100년입니다.


명상을 하면 할수록 흘러간 시간이 아습니다만 그래도 무탈하게 흘러가준 세월이 고맙고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세월에 대해 기대를 하기도 합니다. 좋은 바람을 타고 풍성한 시간과 세월이 그 앞에서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의 인지상정인 것이니 그렇게 또다른 내일을 기다리며 오늘을 행복하게 열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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