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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석 Jan 23. 2024

전생

60 노인이 밤마다 꿈마다 악몽에 시달리다가 고승을 찾아가 하소연을 합니다. 스님, 저는 밤마다 꿈속에서 도깨비가 찾아와 온몸을 때리므로 소스라체게 놀라며 잠에서 깨어나면 식은땀이 흥건하고 잠을 잔것 같지가 않아 많이 힘이 듭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스님은 생년생시를 짚어 보시고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십니다. 늘 누구나 그러하듯이 찾아간 노인은 한무릎 더 다가가서 그 연유와 해결방안을 일러 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스님은 잠시 생각에 잠기신 후 몇가지 處方(처방)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우선 집에 내려가서 주변의 모든 나뭇가지며 빗자루며 부지깽이 등을 치우라 하십니다. 그리고 산 중턱 억새밭에 가서 아주 가늘고 긴 억새 속가지를 108개 모아서 꽁꽁 묶은 것을 10개 정도 준비하여 대문이며 방문 근처 방안 등에 세워두라 일렀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라 하십니다.


노인은 스님의 당부대로 준비하고 잠자리에 들었고 그날 밤 꿈속에도 역시나 도깨비가 나타나 이리저리 몽둥이 될 만한 것을 찾아다니다가 전에 쓰던 막대가 없으므로 스님의 말씀대로 만들어 둔 억새풀 속가지 묶음을 몽둥이 삼아 또다시 노인을 수차례 때리고 사라졌습니다.


또다시 악몽을 꾼 노인은 다시 스님에게 찾아갑니다. 어제 밤에 도깨비가 나타나서 스님 말씀대로 만든 억새풀 몽둥이에 100여대를 맞았습니다. 또다시 악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인의 말씀을 들으신 스님은 의미있는 미소를 지으시며 몇 달만 더 기다리자 하십니다.


노인은 3개월 동안 밤마다 매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노인은 꿈속에서 다시 도깨비를 만나고 몇 대를 때리던 도깨비가 마지막에 슬쩍 툭 치고는 억새 몽둥이를 버려두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다음날 저녁에는 도깨비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잤습니다. 노인은 지난 3달간의 상황을 스님에게 전했습니다. 마지막날 밤에는 전날에 비해 매를 덜 맞고 약하게 때린 도깨비 이야기를 스님에게 상세하게 전했습니다.


스님은 그제서야 사실을 말씀하셨습니다. 노인의 전생 직업이 笞杖(태장)담당이었습니다. 사또의 지시에 따라 "볼기 20대를 쳐라!!!"하시면 '예이~~~'하고 한대요, 두대요 하면서 볼기를 치고 그가 실신하면 찬물을 뿌리고 다시 치는 사극의 한 장면을 기억하시지요.


그리하여 이생에 왔으니 전생에 남을 때린 만큼 맞아야 하는 운명이었습니다. 도깨비는 매일 밤 꿈에 찾아와서 노인을 때린 것이었지요. 그런데 막대기나 몽둥이로 때리면 아프기만 하고 때린 횟수가 아주 적겠지요.


그래서 노승은 맷수를 늘리기 위한 비책으로 억새풀의 잔가지를 108개 묶으라 한 것이지요.


도깨비는 그 억새풀 몽둥이로 노인을 때리면서 1대당 108개로 셈을 한 것입니다. 전에 1개의 몽둥이로 때릴 때보다 업무능률이 올랐을 것이고 마지막에 살짝, 툭 치고 간 것은 아마도 볼링의 '스페아 처리'인듯 합니다.


노인이 전생에 사또의 지시에 따라 때린 횟수가 하루 100대라면 20세부터 60세까지 40년을 근무하고 1년에 300일을 출근하였을 것이고 이중 250일 정도는 매를 들었을 것입니다. 계산해 보면 1백만대가 나옵니다. 매번100대*250일*40년 = 1,000,000대입니다.


노인이 60을 지나 1년간 매일밤 꿈속에서 하루밤 하루에 80대씩 1년 가까이 28,000대를 맞으신 것입니다. 그런데 스님의 처방 이후에는 1타당 108대이므로 108대*100회*90일 = 972,000대이므로 대략 90일, 3개월 만에 전생의 죄로서 이생에 이월된 벌칙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전생에 남을 때린 만큼을 맞았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입니다. 스님을 만나기 전에 미리 맞은 횟수인 28,000대와 맞추기 위해 마지막 1타는 살짝 때렸으니 오차가 54대(108의 절반)정도였을 것입니다.

인생은 돌고 도는 윤회의 고리속에 있다고 합니다. 젊어서 도움을 준 이가 나중에 늙은 나에게 되돌려 주듯이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받은 혜택은 살아있는 동안 갚아야 하는 것입니다.


과거에 만나고 앞으로 만날 수많은 이들 중에 윤회속 신세짐을 갚아야 할 사람이 아주 많을 것입니다.

내가 남에게 베풀어서 되 받아야 할 윤회의 결과는 적고 갚아야 할 짐이 많다는 생각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노인처럼 나이 60을 지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 갚아야 할 짐, 빚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한 번더 깊이있게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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