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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석 Jan 24. 2024

인터뷰가 펑크나는 이유

▩ 인터뷰가 펑크나는 이유

방송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카메라감독 입니다. TV에 보도되는 내용은 화면으로 설명하는 작업이기에 좋은 화면을 찍어야 하고 이를 담당하는 이는 마이크를 쥔 기자가 아니라 앵글을 맞추는 카메라 감독입니다. 



그래서 TV인터뷰 전에 반드시 우리 편 대장님을 카메라 감독에게 인사를 하시도록 주선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카메라 감독은 신바람이 나서 4번 5번 다시 다시 촬영을 합니다. 삼각대에서 찍고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이지저리 촬영합니다.

방송에 나갈때에는 2-3초마다 화면이 바뀌어야 한답니다. 같은 화면이 길게 나가면 시청자가 지루하다 하고 자주 바뀌면 어지럽다 합니다. 

그래도 이런저런 화면이 바뀌면서 기자의 리포터가 없어도 무슨 내용을 보도하는가를 시청자가 알아챌 정도로 화면을 구성해야 합니다. 시청자들이 정말로 보고 싶어 하는 장면을 만들어내야 하고 리포터의 핵심 내용을 그림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방송기자들에게 아이템을 주면 화면이 있느냐, 현장에서 示演(시연)하는 장면을 찍을 수 있느냐를 묻습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화면 구성이 안 되는 경우에는 카메라 배정이 안됩니다.

실제로 S 도지사님의 사모님은 아침 뉴스가 끝나면 관내 여러 기관의 여성단체장들이 오늘아침에 TV에서 지사님을 뵈었다며 경쟁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합니다.

전화 내용은 지사님 잘생기셨다, 넥타이가 멋지다, 말씀을 잘 하신다 등 칭찬 일색이지만 정작 사모님이 뉴스의 주요 내용이 무엇인가를 물으면 "자세한 뉴스는 모르겠고 지사님을 뵈었다"는 사실에만 집중한다고 합니다. 

즉 다소 부정적인 기사에라도 도지사님 얼굴이 비춰지면 그냥 잘 하시는구나 하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정치인은 訃音(부음)란에만 아니라면 나쁜 기사든 좋은 내용이든 신문과 방송에 자주 나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요즘 언론에서 떠나간 얼굴들이 많은데 이분들 보면 정계를 은퇴하였거나 더 이상 정치에 참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분들인 것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카메라 렌즈를 보면 우리의 대장님이 어떻게 비춰지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 배경장면을 잘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재를 배경으로 할 것인가, 우리 기관의 마크를 넣을 것인가, 창문을 등지고 현장감 있게 갈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정장이 필요한 인터뷰가 있고 작업복을 입어야 하는 경우, 민방위복을 착용하여야 효과적인 상황이 있는 등 다양한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방송에 보도된 화면을 나중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늘 고민해야 합니다. 어렵게 보도된 내용을 통으로 떠서 다양한 기회에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간부회의나 월례조회 직전 기다리는 틈새 시간을 활용하여 방영하는 방안이 있고 게시판에 주소를 올려서 구성원들이 시청하고 정책에 공감하도록 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인터뷰한 내용이 다음날 원하는 시각에 나오지 않고 다른 뉴스에 방송되거나 아예 취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날 저녁에 대형 화재, 10여명이 사망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우리의 기사는 방송에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 

북한이 갑자기 미사일을 쏘거나 대북전단을 보내는 파주에서 불상사가 일어나면 이 또한 어렵게 준비한 인터뷰 뉴스가 방송을 타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더러 발생합니다. 

짧은 내용, 단신이라도 방송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고마운 일임을 미리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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