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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석 Jan 26. 2024

주라는 법도 말라는 법도 없으니

보도자료 제공에 대하여 

공무원과 언론인의 끝없는 말싸움은 자료를 달라하고 못준다 하는 것입니다. 자료를 주라는 법이 없으니 심한 경우 '정보공개청구'를 하라고 합니다.


대외비가 아닌 문서라면 달라하고 내가 처리한 문서를 기자에게 줄 수 없다고 버티는 것입니다. 이는 닭과 계란의 문제이고 부산까지 달려도 늘 평행선인 좌측 철길과 우측 레일입니다. 숫자 2는 곱해도 4, 더해도 4이듯이 언론인과 공무원의 대화는 늘 평행선입니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모든 보도 자료는 공보실을 통해서 주고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각 부서는 공보관실이 요구한 자료를 공보관실 직원에게 전달하고 공보관실은 그 자료를 기자에게 전하니 각각의 책임부담을 조금씩 분담하는 것입니다.


공보관실 직원도 공무원이니 자료의 내용을 파악하고 나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사업부서에서도 자료를 제공하면서 기자에게 나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 마음속 위안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기자들도 무턱대고 행정기관의 자료를 보도하기에는 나름 규율이 있을 것입니다. 언론이 폭로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언론보도의 수위가 있으니 말이다. 사회적 공익적 책임이 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조정을 해주기도 합니다.


기사를 보도한 언론인에게 어필을 하면 '행간의 의미를 읽었느냐?'고 젊잖게 말합니다. 기자들도 취재한 후 기사를 쓸 때, 편집회의를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는 말입니다. 더 강하게 나갈 수도 있는 것을 그 정도에서 완화했다는 말인 것입니다.


하지만 보도를 당한 공무원으로서는 이 기사 자체가 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기에 일단 보도된 내용을 기준으로 불만을 말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기가 막히면 울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아주 기사가 강하게 나버리면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인데 적당한 충격으로 기사가 터지니 이에 반발할 힘이라도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공무원은 늘 대형사건 기사의 충격을 5감당할 정신자세가 필요합니다. 언론에 대한 어필은 1:1보다는 대변인실을 통하거나 대변인실의 지원을 받거나 언론중재를 받아야 합니다. 민감한 보도의 온도차를 느끼는 바가 서로 다르므로 전문가들이 모인 언론중재위원회가 수많은 유사사례를 견주면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사가 난 후 1시간쯤 지나서 아주 담백한 마음으로 기사가 정말 잘못 보도된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그간 접한 기사의 대부분은 맞는 말이고 틀린 말은 아닌 듯 한데 그 표현이 가슴을 시리게 하고 내 목을 조이는 듯 느껴져서 화가 나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리도 아프게 제목을 달고 기사를 쓰는 것일까. 그리고 항상 기사에서 담당자를 두 번 죽이는 마지막 멘트가 정말 싫은 것입니다.


정말 화가 나는 기사는 안 해도 될 일이었는데 창의력을 동원해 열심히 해보고자 노력한 것을 단순평가로 100을 목표로 잡고 아직도 70뿐이라고 언론이 기사로 비판할 때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나를 채찍질 하지 말고 할 일도 안하고 분위기타고 눈치 보는 다른 부서를 질책하는 것이 언론의 기능이 아니겠느냐 화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세상사는 '走馬加鞭(주마가편)'이라 했습니다. 달리는 말에게 채찍을 날리고 날카로운 편자로 달리는말의 허리를 차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언론의 기능인 것입니다.


언론도 走馬加鞭(주마가편)만으로 달려갈 것이 아니라 복지부동을 잡아내고 복지안동을 솎아내는 행정기관 내 각 부서의 미흡함을 더 많이 지적해 주기를 바랍니다.


더구나 아들도 일찍 세상 떠난 첫째 며느리의 고생을 보듬어주는 심정으로 언론이 행정기관과 공무원을 격려해 주는 참 좋은 기사를 많이 올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론인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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