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Ⅰ.Ⅱ)
생연4동장 이강석
가 을 Ⅰ
가을이 슬픈건 이별을 잉태하기 때문이다
떠나는 낙엽이 서글프고
손시린 잔가지 바람에 흐느낀다
깊은 밤을 지새우며
여린마음 어루만져 보아도
영영 가을이기를 고집한다
그래도 가을이기에
작지만 소중한 기억의 흔적을 찾으려
텅빈 들판을 날아보려는 여윈 나래질
깡마른 가을 전신주위에서
검은새 한 마리 하늘을 본다
누구라도 웃을 수 없는 초겨울 거리에서
승용차 한 대 외로이 미끄러 지나가고
저멀리 가로등 불빛이 덩어리로 뭉쳐지며
겨울을 재촉한다
이별의 바위를 딛고선 가을은
어느새 늦은 게으름처럼
표정없이 서있는 수염기른 남자처럼
오가는이 눈길 멈추게 하고
겨울을 쉴 수 없는 걸인처럼
또다른 골목으로 잠자리를 구한다
아무도 올 것 같지 않은 작은 골목에서 고개숙인채
누구라도 아는체하면 울어버릴 것만 같은 모습으로
가을을 원망하며
겨울의 문턱을 힘겹게 넘으려 한다.
가 을 Ⅱ
이렇게라도 가을을 벋어나야 한다
텅빈 벌판위에 서있는 것은 슬픈 일이다
빈 공간으로 남도록
허수아비 마져 집으로 보내고
텃새 몇마리 날아 다니는 모습을 구경한다
풍요의 뒷모습같은 가을 벌판은
나목과 빈이랑으로 허전하다
황혼의 빛으로 주변이 좁아질 때
처음부터 비어있던 들판인 것을
다시 돌아보며 하늘을 쳐다본다
가을밤은 귀뜨라미 울어도
찾아오는 것은 서글픔의 끝
그리고 남아있던 황혼의 자락이
소매 끝에 묻어 몸을 감싸고
흩어지며 모이고 합했다 부서지는
텃새들의 파도소리
이 가을을 벗어나기 위해 달려온
오솔길을 돌아보며
가로등 하얗게 밝히면서
허수아비 제 섯던 자리를 찾아 헤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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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 곳은
생연4동장 이강석
조금은 먼곳이려니 해도
비오는 날 집을 나서
이별에 젖은 속마음 말라버리고
갈증의 터널을 들고 나면
안개의 벌판이 나오고
이어서 앞을 막는 거인
소요산
네가 살곳 여기 동두천
모두가 서해 바다로 달릴 때
작으면 예쁜 동네 동두천
언젠가는 서너해 살고 싶었고
살다가 영원으로 달려가는 곳
번민의 부스러기 화장하고
검정가루 뿌려 파란싹 튀울 우리의 고향
치렁치렁 머리감듯 돌아나가는
강줄기 내려보며
가을을 기다리는 경기 금강산
조금은 먼곳이 가을 하늘처럼
투명히 가슴 밝히고
또다른 터널을 지나 모래밭을 건널 때
밤을 지새워 돌아가야 할 곳 이담마을
싹 튀운 영혼을 담아낼 그릇이 되고
영혼의 꽃을 피워 생명의 향기가 흐를 때까지
대답없는 외침과 메마른 가슴으로
봄자락 스쳐 맞을 동두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