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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쓰기

by 이강석

두렵기는 하다. 여기에 글을 올리면 글쓰기의 전문가들이 보실 것이라는 점에 항상 부담스럽다. 척보면 아시는 분들이니 지난날에 써둔 글을 꺼내서 올리는 작업만으로는 그분들의 기대에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초등학교때 의미를 모르고 배운 음악용어에 딸림화음, 버금딸림화음이 있었고 지금도 기억하는 반박자 쉬고 나가는 '못갖춘 마디'가 있다.


초록빛바닷물로 시작하는 대목에서 초록은 치곡 나가는데 반박자 빠르다. 못갖춘마디여서 다른 악보읽기와는 다른 기법이 필요했다. 그런 문제를 풀면서 초등학교를 보냈고 버금딸림화음의 의미도 모른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제 고희를 향해가는 입장에서 과거를 다 익히지 못한 상황에서 글을 쓴다고 여기에 나섯다.


고수들이 즐비한 글쓰기의 정글이다. 젊은 작가들의 날카로움이 시퍼럼 칼날처럼 번득이는 사극의 현장에서 녹슨 칼을 갈아보아도 달라지지 않고 억지로 붉은 물감을 몸주위에 뿌려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것이 피가 아니고 물감이라는 것을 모든 분들이 다 알고 있다.


아직 전쟁의 현장이 아니라 드라마세트에서 촬영을 준비중이라는 것을 전문작가들이 알아채기에 더이상 신비주의조차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편안하게 쓰고 쉽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큰 고백을 하게된다. 정말로 글쓰는 역량이 부족하고 상상력도 일천한 것을 밝히게 된다.


그리고 연이어 올린 동두천시의 이야기를 담은 시 한수를 여기에 보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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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과 나눈 대화

(1998년) 생연4동장 이강석


가을을 보내며

올 가을에는

한권의 책을 갖고 싶다

계절을 건너뛴 낙엽처럼

지나간 시간이 겨울의 모서리에 쌓이면

새싹 돋기에 굽은 목

무거워 질까봐

이 가을의 숨가뿐 시간 지나기 전에

바른가지 하나 골라 놓고서

대지의 두께에 대비해야지

젖은 이슬 하룻밤 무게만큼이라도

가슴속 응어리로 남겨두고서

가을잎새 더미속 동면의 세월을

풀먹인 명주주머지에 담아 둬야지

누군가 가을의 주검옆에 누울 때

또다른 죽음을 위하여

작은가지 잎새하나 대지위에 준비해야지

마른서리 밤을 밝혀 아침 맞을 때

작은 뒤뜰 좁은 풀섭속에서

덜익은 가을곡식 추수해야지

올겨울

쌓인 시간의 작은 의미들은

여윈 책갈피에 묻어두고

숨어서 기다리는 새봄을 찾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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