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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비봉면 노인대학

by 이강석

1977년에 비봉면에서 9급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하여 2017년1월에 명예퇴직하여 민간에 이르고 이내 벌써 6년차 퇴직이후의 삶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이런저런 일을 하고 공직에서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업무분야에 종사하는 중에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 나서보기도 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비봉면 노인대학에 강사로 초빙되니 벌써 3번째에 이릅니다.


공직자로 현직에 있을때 당시 선배 비봉면장님이 특별 초청을 해 주셔서 노인들 앞에서 공무원 이야기를 하였고 이후 지난해에 어르신 앞에서 공무원 이야기를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비봉면 출신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6월19일 강의에서는 깨진 항아리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할아버지의 물지게에 매달린 2개의 항아리중 하나는 바닥에 금이가서 물을 길어올때 조금씩 물이 새어나옵니다. 항아리는 스스로 물을 더 잡고 있지 못하여 늘 송구한 마음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깨진 항아리에서 물이 새면 물지게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 어깨가 불편하였지만 물이 새는 항아리를 탓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초봄이 지나고 초여름에 이르러 깨진 항아리는 할아버지에게 송구하고 죄송스럽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걱정말라 하십니다. "누구나 다 용처와 쓰임이 있다"시면서 걱정말라 말씀하시고 용기를 불어 주셨습니다. 그렇게 계절이 한번 바뀐 어느날에 할아버지는 빈 물지게를 지고 늘상 다니던 그 길을 걸어갔다가 물을 담지 않은채 돌아오면서 깨진 항아리에게 주변을 잘 살펴보라 하십니다.


할어버지가 물지게를 지고 오는길의 한쪽에만 아름다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그 꽃들이 아름답게 핀 길은 깨진 항아리의 길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물지게를 지고 오면서 깨진 항아리에서 새어나오는 물을 아름다운 꽃묘목 위에 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나자 물을 가득 머금은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그 길은 모든 이들이 행복하게 걷는 꽃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한쪽 어깨가 기울어지는 불편함을 이겨내고 열심히 물지게를 지고 달렸고 깨진 항아리가 이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스스로도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비봉노인대학 어르신들은 당신의 몸을 불살라서 자식을 낳아 키고고 손자손녀들을 돌보심으로써 자신의 인생의 꽃길을 완성하셨음을 설명드리고자 하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노력은 아름다운 꽃 이상으로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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