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게 모국어라는 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가끔이 아니라 항상
축구장 플리마켓에서 물건을 사다
말을 반의 반 마디 이상 이어가지 못하는 나를 보고
내 영어 실력을 잠시 탓했다
곧 나를 탓했다
언제라도 내가 제대로 된 대화를 반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한 적 있던가
나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낯선 거리 위에 내팽개쳐진 이방인처럼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 틀렸을까 전전긍긍하다
말을 고르고 고르고
언어를 웃음으로 흩어내지 않았던가
삼켜버리지 않았던가
차라리 낯선 거리에 던져지는 것이 낫다
당연히 이방인인 곳에서 외로운 것이
외로워서는 안 되는 곳에서 외로운 것보다 낫다
여행객 미니북처럼
거주민 미니북은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