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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선후 May 30. 2023

어떤날#12

-소치실록을 읽는다

새벽이다. 밤새 바람이 불고 비가 왔는가 보다.

아직 밖은 어두컴컴하다. 

읽다만 소치실록을 폈다.


침계공과 소치가 대화를 한다. 소치가 한창 이름을 떨치던 때 벼슬하지 않고

진도에 낙향하여 있는 소치를 보고 한스러운 일이다 하니

소치가 말한다.

 '그렇지 않습니다. 승부득실의 이치와 영고성쇠의 길이 정해져 있는 분수입니다.

시골 구석의 미미한 사람으로서 임금의 벼루에 먹을 적셔 그림을 그리는 영광이 분수에 지나쳤습니다. 

그 당시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는 사람이 이미 많았습니다.'


소치를 시샘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또 소치는 무슨 벼슬이라도 얻었다면 소송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라며 매실의 신 맛 황백의 쓴 맛을 다 보았는데 고향의 선대 무덤가에서 늙어죽는 것이 뜬구름 같은 인생살이에 복락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그렇지! 세상살이 단 맛 쓴 맛 다 보았으면 되었지. 그러면 된 것이지. 

어둠이 옅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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